[문] 새해를 맞이해서 중용(中庸)의 삶, 중도(中道)의 삶에 대해서
한 말씀 일러주십시오.
[답] 단념(斷念)이니 체념(諦念)이니 하는 말이 세속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그 말을 문자 그대로 새기면 이 마음공부 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큰 덕목일 수 있소.
즉 바라는 바, 희망하는 바, 모든 생각하는 바를 다 내려놓는다는 뜻이니, 이 길에 들어선
사람은 응당 ‘체념’을 잘 해야 하오. 어디서 들은 바, 읽은 바에 따라 자신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괜찮을 거 같고 훌륭해 보일 거 같은, 中庸이니 中道니 하는 相을
좇는다든가, 깨달음의 자리를 얻고 싶다든가 하는 바람이 있거들랑 일찌감치
‘단념’하고 ‘체념’하시오.
자아의식(自我意識)이 내 마음인 줄 잘못알고 意識의 끄트머리에서 늘 이 肉身을 고이고
섬기기 위한 온갖 欲妄과 바람들을 좇으면서 살다가, 어느 순간 利害得失 간에 그 모든 것을
몽땅 내려놓게 되면 그때 비로소 本來마음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되는 거요.
이 길에 들어선 사람 중에 상당수가 무슨 적(的), 무슨 적(的) 하면서 복잡한 理致나
妙한 道理를 추켜들고는 그러한 것을 많이 아는 것으로써 마음공부인 줄 아는 사람들이 참 많소.
그렇게 理致나 道理를 머릿속에 잔뜩 쌓아둔 사람이면 사람일수록 전혀 거꾸로 가는 거요.
이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니오. 정확히 그렇소.
마음공부는 그동안 몰랐던 수승한 이치나 새로운 재간을 배워 익히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오.
오히려 그동안 소중하고 절대적이라 여겼던 온갖 知見들을 깨끗이 청소하는 거요. 그렇게
여의고 여의고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神靈한 마음의 光明이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니 그렇게 하는데 무슨 特別한 方便이나 남모를 妙한 理致가 있을 수 있겠소?
세상 살다보면 아마 마땅한 일보다 마땅치 않은 일이 훨씬 더 많고, 마음대로 되는 일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훨씬 더 많을 거요. 하지만 그러한 일들을 그저 모든 부처님들이
나한테 주신 숙제라고 여기시오.
그래서 그 모든 시시비비의 끄트머리에서 득실을 따지려 하지 말고 성큼 뒤로 물러서서
이 세상 그 모든 것을 그냥 흐름에 맡길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그렇게 마음을 써 보시오.
-현정선원법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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