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나를 조용히 돕는 힘

장백산-1 2016. 4. 29. 10:46

 

나눔뉴스님(www.nanumnews.com)   향기메일입니다.

 

나를 조용히 돕는 힘


어느 詩를 읽다가 '슴베'라는 말을 알았습니다.
칼이나 호미, 혹은 낫 따위의 손잡이 속에 들어박히는
뾰족하고 긴 부분을 말한답니다.

슴베는, 그것을 감싸주는 손잡이 속에 있어야지만
연장의 역할을 손쉽고도 효과적으로 잘 할 수 있습니다.
슴베를 맨손으로 잡는다면 얼마나 불편하고 힘이 들겠습니까.
손잡이 속에 있서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손잡이 안에 딱 맞는 홈이 슴베를 꽉 조여주어야만 가능합니다.

나 혼자 잘났다고 날카로운 날을 휘두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고 서툴러서 헛것에 힘을 쓰기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뒤에서 조용히 방향을 잡아주는 손,
길이 아닌 곳은 들지 않게 하는 힘의 도움으로
나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럼에도 나를 지금까지 있게 한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숨어서 작용을 하는 근원의 힘을 잊어버리곤 합니다.
그 오만을 내려놓고 잠시 그 근원의 힘을 생각하는 시간,
나도 누군가의 뒤에서 보이지 않게 그를 조력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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