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다리는 것들
사무엘 베게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는 두 방랑자가 기다리는 '고도' 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사람 고도. 고도를 기다리는 두 방랑자의 기다림은 너무 오래되어서 마치 습관처럼 일상이 되어버립니다. 고도를 기다리는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질문도 하고 욕도 하고 운동도 하고 장난도 치고 춤도 추어 보지만 목을 빼고 기다리는 고도는 아직도 여전히 나타나지 않습니다.
어느 소년이 기별을 알려옵니다. 고도가 내일 오기로 했다고. 그러나 사실은 그 소년도 고도를 본 적은 없습니다. 그 내일은 또 내일이 되어 기다림의 반복은 이어집니다.
계속되는 내일에도 끝내 나타나지 않는 고도. 그렇다면 그 고도는 무엇일까요? 또는 누구일까요? 어쩌면 이미 벌써 다녀갔는데 우리가 모르고 지나친 것일까요. 각자의 해석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고도는, 미래에 대한 간절한 희망 혹은 기대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생을 마칠 때까지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며 살고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희망 혹은 그 기다림이 일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고도가 대단한 인물이나 대단한 무엇은 아니지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기다림이 즐거움일 수도 있고 지루함일 수도 있는 것은 각자의 생각이나 마음의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 테지요.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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