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부채가 제석천왕의 콧구멍을 찌른다

장백산-1 2016. 7. 1. 15:13

부채가 제석천왕의 콧구멍을 찌른다



한 승려가 운문 선사에게 道를 물으니 운문 선사가 부채를 집어 들고 말했습니다.

“이 부채가 하늘로 뛰어 33천에 올라가 제석천왕의 콧구멍을 찌르고,

동해의 잉어를 한 방망 때리니 비가 물동이를 기울인 듯 쏟아진다.”  


경전이나 어록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많습니다. 道를 물었는데 부채가 하늘 끝까지 올라가서 

하늘 神인 제석천왕의 코를 찌르고 그것도 모자라 동해 잉어를 한 방망 때리니 장대비까지 쏟아진다는 

겁니다.


생각만으로 따져보면 허풍이 심한 것이고, 허풍치고는 너무도 비현실적인 우스갯소리 같습니다.

한참 마음공부 할 때 불교경전이나 중국 선사들의 비현실적인 얘기를 보면 참으로 뻥이 심하다고 

여겼습니다. 인도와 중국은 대국이라 허세도 대국처럼 심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공부가 부족해서 나온 소견이었음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물론 말만을 따라 이해하려 하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부채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도 

不可能하고 하늘에 하늘의 神인 제석천왕이 살고 있다는 것도 과학적인 상식으로는 용납되지 않습니다. 

또 어찌 부채가 동헤에 있는 잉어를 때릴 수 있으며 부채로 잉어를 때리는 것이 어떻게 장대비를 내리게

할 수 있겠습니까? 바로 여기서 구제할 수 없는 사람은 이 말을 따라 그런 세계가 있다고 신비스러워하고 

그런 세계가 있는 道理를 찾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道라는 글자 말에는 아무런 어떤 뜻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엄청나게 엉뚱한 것 같은 이런 말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런 비현실적이고 비상식적이고 비과학적인 엄청 엉뚱한 말이 至極하게 法, 道, 眞理을 드러내 보여준

겁니다. 法, 道, 眞理, 부처(佛), 깨달음, 마음(心), 佛性, 本來面目, 本性, 참나(眞我), 진짜 나, 本來의 나, 

根源의 나가 무엇이냐고 물을 때 現實的인 얘기를 하면 이 말이 事實과 같은 것으로 여겨서 그 말에 사로

잡히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면 사방으로 말문이 막히고 생각의 길이 끊어집니다. 흔히 

公案이나 話頭로 提示되는 똥 막대기나 뜰 앞의 잣나무 또한 앞의 운문 선사 한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똥 막대기가 道일리는 없고, 道를 물으니 똥 막대기라고 가리키는 스승의 제시를 거역할 수도 없습니다.

분명 똥 막대기에 道가 있기는 있는데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심정으로 콱 막히는 것입니다.


이때 言語에 사로잡히지만 않으면 콱 막힐 이유가 아무것도 없는 겁니다.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 순간이고, 

순간이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어도(無量遠劫卽一念 一念卽是無量劫) 어떤 상관도 없는 道라면 지금 이렇게 

그 道를 헤아릴 필요 없이 분명한 것이 道입니다. 道가 무엇입니까? 마른 똥 막대기. 똥 막대기, 똥 막대기.

그저 아무런 뜻도, 맛도, 의미도 없는 그냥 이 일, 이 사실, 이것이 道입니다.


똥 막대기라고 한 번 말해보십시오. '똥 막대기 이게 뭘까라는 생각도 따라가지 말고, 글자도 헤아리지 말

고, 지금 이 순간 똥-막-대-기.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아무것도 없지만 분명 똥 막대기라는 말이 

아무 장애 없이 튀어나옵니다. 이 똥 막대기는 똥-막-대-기와 똑같은 것입니다. 이 똥 막대기가 이-뭐-꼬

 이고  뜰-앞-의-잣-나-무 이고 하-늘 이고 땅 입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作用되고 있는 그냥 이 일, 이 사실, 이것이 道입니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여기에는 똥 막대기라는 사물이 없고, 똥 막대기라는 소리도 없지만 이 일, 이 사실, 이것, 

道, 法, 진리, 깨달음, 마음, 불성, 본성, 본래면목, 참나, 본래의 나, 진짜 나는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단지 

이 일, 이 사실, 이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부채가 하늘 끝까지 올라가고 하늘의 神인 제석천왕의 콧구멍을 찌르고 동해 잉어를 한 방 때리고 

장대비가 쏟아진다는 말을 해도 아무 일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하루가 1겁이고 1겁이 하루입니다. 그러

니 수미산이 겨자씨에 들어가도 들어간 바가 없고 그런 일이 없는 것입니다. 무슨 말을 해도 그저 말일뿐

이고 어떤 말도 固正된 實體가 없고 알맹이가 없는 겁니다. 金剛經의 내용 모든 말이 다 이 말입니다. 法도 

그저 法, 非法도 그저 非- 法. 깨달음도 그냥 그저 깨-달-음일 뿐 虛妄한 이름일뿐 그냥 如如할 뿐입니다.


지금 당장 이 순간 그냥 이 일뿐이지 이게 무슨 말인가? 라면서 헤아린다면 道와 영원히 멀어질 것입니다.

道에서 영원히 멀어진다는 말에도 사로잡히지 않는다면 道에서 영원히 멀어져도 道에서 멀어진 적이 없습

니다. 그저 그냥 우주만물, 이 세상 모든 것이 平等한 法界, 평등한 진리의 세계, 평등한 우주일 뿐입니다.


- 릴라님 /  가져온 곳 :  카페 >무진장 - 행운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