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우체국
갯메꽃 속으로 뭉게뭉게 해무를 전송하는 바다. 출어는 셔터를 내리고 걸쭉한 경매와 짭짤한 웃음은 지워졌습니다.
속달로 부쳐온 파고 높은 사연들을 뒤져도 행방이 묘연한 행간, 먼 항로를 따라간 그는 언제쯤 반가운 소식을 보내올까요. 안부 궁금한 마음에 닿은 갈매기우편은 소인이 흐릿합니다.
서성이는 오후 뒤로 쓸쓸함을 들쳐 멘 묽은 어둠이 걸어옵니다. 삼십 촉 달을 켜도 표정이 어두워 서둘러 불을 밝힌 포장마차. 모락모락 일몰 한 솥이 끓고 있습니다. 익숙한 무료가 장마를 읽습니다. 도마에 기록하는 바다체에 툭툭 잘리는 다족류 같은 하루, 만선을 기억하는 사내들이 잔술을 비웁니다.
바다는 매번 파랑주의보에서 맞춤법이 틀리는데 어둠을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는 저녁, 나선형계단을 올라가 촉수를 올리는 등대에서 야광의 추신이 건너옵니다.
파도에 그을린 묵은 우표 같은 얼굴을 붙여 넋두리를 동봉한 밤은 저마다의 섬으로 꽂히고 불면을 밝혀 낡은 주소를 다시 분류하는 바다 우체국, 등대.
수취인불명의 소식이 반송되듯 새벽녘이 되어서야 빛은 흘러나간 등대를 제 안으로 거두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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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항로표지관리소)의 까마득한 계단을 올라가본 적이 있습니다. 출어도, 경매도 멈춘 요즘 장마철엔 익숙한 무료를 밝히고 있을 등대. 등대는, 섬과 섬 그리고 배와 사람을 연결해주는 '바다 우체국' 일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올여름엔 등대를 찾아감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 최연수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