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된 분별 망상 / 게으른 삼형제 이야기
한 농부가 대대로 물려받은 과수원을 일구고 살았습니다. 과수원은 산비탈 척박한 곳에 있었습니다.
이 농부에게는 게으른 아들 셋이 있었습니다. 농부가 땀을 흘리며 과수원을 일구는데도 도울 생각은
하지 않고 놀기만 했습니다. 과수원이 제대로 가꾸어질 리 없었습니다.
어느덧 농부는 나이가 들어 몸져 눕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몸져 누웠지만 장성한 아들들은 여전히
게으른 習慣을 고치지 않고 아버지가 낫기만을 바랐습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아들들의 소원은 이루
어지지 않았습니다. 임종을 앞두고 아들 셋을 불러 모았습니다.
"사실 내가 저 대대로 물려받은 과수원을 열심히 일군 것은 저곳에 황금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희들도 내가 죽거든 저 밭에 나가 열심히 황금을 찾아보거라. "
아들들은 죽은 아버지 시신을 땅에 묻자마자 삽과 곡괭이를 들고 황무지나 다름없는 밭을 파기 시작했
습니다. 과일나무에 과일이 달려있었지만 병들고 벌레 먹어서 수확할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들들은
과일 나무는 안중에 없고 오직 황금을 찾겠다는 생각에 땅을 파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과일나무인지
잡초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웃자란 잡초를 걷어내니, 이제는 크고 작은 자갈들이 잔뜩 들어앉아
있었습니다. 세 아들들은 오직 黃金을 찾을 거라는 일념에 힘든 줄도 모르고 매일 밭으로 나갔습니다.
자갈들을 일일이 걷어내니 검은 흙들이 드러났습니다. 흙을 삽과 곡괭이로 파내어 뒤집고 여기저기
황금을 찾아 흙을 파내어 뒤집으며 다녔습니다. 과수원 구석구석 땅을 파내어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
는 사이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한 철 두철 지나갔지만, 기다리던 황금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세 아들들은 흐르는 땀을 식히며 나무 그늘에 앉아 아버지를 원망했습니다. 아버지가 우리를 속였다,
헛고생만 했다고 한탄하던 그들에게 탐스럽게 열린 과일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전과 다르게 과일
나무는 병들지 않고 싱싱한 과일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습니다. 아들들이 매일 밭에 나와 잡초를
제거하고 자갈을 골라내고, 흙을 뒤집는 사이에 밭은 잘 가꾸어져 있었습니다.
그제야 게으른 아들들은 깨닫습니다. 아버지가 말씀하신 黃金의 意味를 깨달았고, 대대로 물려받아
온 과수원이지만 돌보지 않고 내버려 두었던 밭의 진가를 새삼 알게 된 것입니다.
깨달음, 마음공부도 이와 닮았습니다. 깨달음, 견성, 보리, 열반, 해탈이라는 말을 方便으로 삼아서
이야기합니다. 방편으로 말하는 이 말을 듣고는 이것을 찾겠다는 마음을 냅니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말이 가리킬 만한 物件이 별도로 따로 없음을 깨닫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입니다. 지혜로운 아버지가
세 아들의 게으른 習慣을 고치고 밭의 眞面目을 보게 하려고 황금이 과수원 밭에 묻혀있다고 말한 것
처럼 깨달음, 견성, 보리, 열반, 해탈, 진리를 가리키는 方便의 말도 이와 같습니다. 누구나가 평등하게
갖추고 있는 마음 밭(心田)의 眞價를 보아 삶의 장애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입니다.
인간을 포함해서 우리 모두는 깨달음의 성품을 완전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이것을 떠날 수도 없고 벗어
날 수도 없습니다. 이것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 마음 밭은 虛空과 같아서 온갖 것을 다 드러냅니
다. 텅~빈 마음에서 드러나는 온갖 현상들 또한 실체가 없습니다. 그러나 죽은 허공이 아니어서 환상과
같은 것들이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걸림이 없이 자유자재하게 드러나고 사라집니다. 지금 당장 보
고 듣고 느끼고 아는데 장애가 없는 것이 이것의 증명이며, 어떤 생각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이
것의 증명이며, 배고프면 고픈 줄 알고, 때리면 아프며, 기억에 남는 생각이 떠오르면 감정도 따라 장애
없이 일어납니다.
지금 당장 이 하나의 마음뿐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깨달았어도 마음 밭의 진가를 보려면 그동안 습관적
으로 사로잡혀 왔던 分別心과 妄想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시야를 가리고 있는 분별의 잡초에서 깨어나고,
사사건건 걸림돌이 되었던 고정관념의 자갈돌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습관화된 분별심에 사로잡혀서는
마음 밭의 진가를 알 수 없습니다. 생각이나 감정은 그것의 존재를 인정하고 사로잡혔을 때 괴물과 같은
위력을 보이지만 어떠한 판단이나 조작이나 사로잡힘 없이 본다면 아무것도 아님을 알 것입니다.
잡초와 자갈을 제거한다는 것은 우리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사로잡혀있는 분별망상에서 깨어나고 벗어나
는 일입니다. 분별의 잡초와 자갈돌들이 있는 그대로 허망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자기를 깨닫는데 게으름을 피워왔습니다. 대대손손 물려받아 늘 내 것이지만 그것의 진가
를 보는데 소홀했습니다. 이미 있는 이 마음을 깨닫고, 그림자 없이 분명하게 보아 삶의 장애에서 벗어날
일입니다. 삶은 풍요롭고 진실하며 부족함이 없습니다. 다만 우리 스스로 게으른 습성에서 축적된 분별
망상이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보는데 장애가 될 뿐입니다.
- 릴라님 / 가져온 곳 : 카페 >무진장 - 행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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