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물처럼 그렇게 살수는 없을까 / 김소엽

장백산-1 2016. 9. 21. 12:24

물처럼 그렇게 살수는 없을까  / 김소엽

 

가장 부드러운 물이

제몸을 부수어

바위를 뚫고 물길을 내듯이

당신의 사랑으로

나의 고집과 단단한 편견을 깨트려

물처럼 그렇게 흐를 수는 없을까


내 가슴 속에는 언제나

성령의 물이 출렁이는 

사랑의 통로 되어

갈한 영혼을 촉촉히 적시게 하시고

상한 심령에 생수를 뿌리게 하시어

시든 생기를 깨어나게 하는

생명의 수로가 될수는 없을까


물처럼 낮은 곳만 찾아 흘러도

넓고 넓은 바다에 이르듯이

겸손히 낮은 곳만 찾아 살아도

영원한 당신 품에 이르게 하시고


어떤 어려움과 역경 속에서도

오늘도 내일도 여일(如一)하게

쉼없이 나의 갈길 다 달려가며는

마침내 침묵의 바다에 다달을 것을 믿으며

물처럼 내 모양 주장하지 않아도

당신이 원하는 모양대로

뜻하시는 그릇에 담기기를 소원하는

유순한 순종의 물처럼 될 수는 없을까


그늘지고 외로운 곳 닿는 자리마다

더러운 때는 씻어주고

아픈 곳은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머무르지 않고도 사랑해 주는 냉철함과

장애물을 만나서는 절대로 다투지 않고

휘돌아 나가는 슬기로음과

폭풍우를 만나서도

슬피울며 한탄하는 대신에

밑바닥까지 뒤집어

나도 모를 생의 찌꺼기까지 퍼올려

인생을 정화시키는 방법을 깨달을 수는 없을까


물처럼 소리없이 흐르면서도

나를 조금씩 나누어

땅속에 스며들게도 하여

이름모를 들꽃도 피우게하여

아름다운 구름으로 노닐다가

나의 소멸이 훗날, 단비로 내려져서

큰 생명나무를 기를 수는 없을까


물처럼 그렇게 흐를 수는 없을까 

우리 모두 물처럼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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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낡은 창문을 흔들며 사납게 울부짖던 비바람도 어느 틈엔가 그치고 다시 평온한 아침이 

찾아왔습니다. 김소엽 시인의 시를 읽으며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생각하던 지난 밤은 내게도 비바람 

들이치어 마음이 찬비를 맞던 어둠의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상처 받은 당신의 굽은 마음을 풀어주어 

편안하게 잠들라고 말하고 싶었을 뿐인데 무심코 건넸을 법한 당신의 한 마디 말에 감정이 날카로워 

져서 나도 모르게 모난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습니다.

 

처음엔 내 마음을 몰라주는 당신이 밉다가 당신을 넉넉히 품어주지 못하는 모나고 날선 내 마음이 밉

다가 끝내는 물처럼 흐르지 못하는 내 자신이 미워져서 아직도 마음공부가 멀었다는 생각에 정신이 

아뜩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여전히 그립고 가슴 속에 돋아나는 미움의 싹들을 태우며 내 안에 가득 번지는 사랑

의 불길이 되어 나를 뜨겁게합니다. 언제나 당신을 넉넉히 품어 줄 넓은 가슴을 지니게 될까요.  모든 

물을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받아주는 바다처럼 나도 당신의 모든 것을 받아주고 안아주고 싶은데 물

처럼 흐르지 못해 미안할 따름입니다. 물처럼 소리 없이 흐르며 나를 당신에게 나누어주고 땅속에 스

며들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단비가 되어 당신과 나만의 생명나무를 키우고 싶습니다.

 

당신이 사다 주신 히야신스 화분의 꽃대가 밤새 봉긋해졌습니다. 곧 어여쁜 꽃이 피어날 것 같습니다.

나로 인해 다친 당신의 마음에도 다시 활짝 함초롬한 웃음꽃이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생각하고 또 다

시 생각해 봐도 여전히 고운 당신은 늘 나의 생명수 같은 사람입니다. 물처럼 그렇게 살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