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으로 읽는 복음] 13. 원수를 사랑하라
"'네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하여라'고 하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만 너희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
의 아들이 될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주시고
옳은 사람에게나 옳지 못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신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또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
를 한다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마태복음, 5:48]
"그러니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누가복음, 6:36]
선문(禪文) 중에 신심명(信心銘)이 있습니다. 信心銘의 첫 부분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道에 이르는 데는 어려움이 없으니 오직 간택(揀擇)만을 멀리할 뿐이다.
다만 증오하고 좋아하는 분별만 하지 않으면 막힘없이 확~트인 道가 명백할 것이다.
至道無難 唯嫌揀擇 但莫憎愛 洞然明白 (지도무난 유혐간택 단막증애 통연명백)
道, 眞理, 空, 法, 하나님 나라에 이르는 데는 아무 어려움도 없습니다. 다만 간택, 시비하고 분별하고
비교하고 판단하고 가려서 선택하는 것만 멀리하면 도에 이를 수 있습니다. 미워하고 좋아하는 분별
만 하지 않는다면 어디에도 걸림이 없이 분명한 것이 道, 眞理, 空, 法, 禪, 하나님 나라, 바로 눈앞 지
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의 현전, 본래의 나, 근원의 나, 본래면목 입니다. 道를 아는 것은 세수하다가
손으로 코를 만지는 것보다 더 쉬운 일입니다
우주만물, 이 세상 모든 것들, 우리들를 결코 벗어날 수 없고 떨어질 수 없는 眞理, 하나님으로부터 벗
어나서 따로 分離되어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주범은 人間의 分別心, 分別意識, 알음알이(知識)입
니다. 사람들을 이웃과 원수 둘로 나눠서 이웃은 사랑하고 원수는 미워하는 分別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재고 계산하고 헤아리고 분별 비교 판단하는 分別心, 分別意識, 알음알이(知識)은 ‘나’라고 하는 삶의
主體가 따로 있다고 여기는 착각(錯覺) 즉, 허망한 妄想 幻想에서 비롯됩니다. ‘나’가 主體의 위치를
점하는 순간, ‘나’ 아닌 다른 이 세상 모든 것은 ‘나’와는 따로 동떨어 있는 客體로서 ‘나’와 對立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의 分別心, 분별의식, 알음알이(지식)의 기준에 따라서 어떤 것은 좋아하여 執着하고, 어떤 것은
미워하여 멀리하려고 하게 됩니다. 삶,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분리 분별 분열, 갈등은 그렇게 分別心
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고정불변하는 독립적인 실체가 없는 허망한 ‘나’를 實在라고 錯覺해서 내가 실제
러 실재하는 것이라고 믿는 순간, 간택과 증애 善惡 너와 나 大小 高低 生과 死라고 하는 분리 분별 분열
과 갈등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없어집니다.
(잠시 묵상)
삶 가운데 삶 아닌 것은 없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그 아들 역시 삶 가운데 있습니다. 이웃과 원수,
악한 사람과 선한 사람, 옳은 사람과 옳지 못한 사람 모두가 삶 가운데 있습니다. ‘나’ 또한 삶 가운데 있
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삶의 다양한 형태, 모습에 불과합니다. 마치 바다에서 생겨나는 온갖 물결이 그저
물 하나인 것과 같습니다. 오직 삶만이, 생명만이 있습니다. 사랑과 미움 또한 고정된 모양이 없는 삶의
또 다른 모습, 現象일 뿐입니다.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눈앞이 삶이고 세상이고 우주입니다. 매순간이 삶 그 자체입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화가 날 때나 즐거울 때나, 좌절할 때나 성공할 때나, 온갖 精神的 物理的인 現象으로
現示되어 드러나는 이 세상 모든 것이 하나같이 전부 다 삶, 이 세상, 이 현실세계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現象은 각각 다른 모양인 듯하지만 그 본바탕, 본질, 근원, 질료는 同一한 하나입니다.
오직 삶만이, 생명만이, 하나님만이,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의 현존만이 있을뿐입니다.
(침묵)
스스로 ‘나’를 기준으로 이웃과 원수를 나눠 가르지 않는다면, 어떤 것은 사랑하고 어떤 것은 미워하지
않는다면 하나님과 하나님의 나라가 멀지 않습니다. 아니, 설사 그렇게 나눠 가르고, 사랑하고 미워할지
라도 역시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가 아주 가깝게 있습니다니다.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가 바로 나이자 이
세상이고 이 우주입니다. 오직 삶만이, 생명만이, 하나님만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완전함은 우리 눈에는 불완전해 보이는 것마저 감싸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완전함에서는 완전
함만이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삶에서는 삶만이, 생명에서는 생명만이, 하나님에게서는 하나님만이 비롯
됩니다.
하나님의 자비는 모든 것을 분별 차별없이 평등하게 보는 눈입니다. 그 겉모양이 어떠하든 오직 삶만이,
오직 생명만이, 오직 하나님만이 있기 때문입니다. 금으로 만든 반지, 목걸이, 팔찌가 모두 그 본질은 금
인 것과 같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분별 판단 없이, 그저 지금 여기 존재하십시오. 눈앞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하나님의 평화 하나님의 영광이 있습니다. 아멘. (침묵)
-몽지님- 가져온 곳, 무진장 행운의 집
'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사가 없는 법신(法身) (0) | 2016.09.23 |
---|---|
나가대정(那迦大定) (0) | 2016.09.23 |
[선(禪)으로 읽는 복음] 12. 눈이 밝아야 (0) | 2016.09.23 |
[선(禪)으로 읽는 복음] 11. 여기에 물이 있다 (0) | 2016.09.22 |
흔적없는 흔적 (0) | 2016.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