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크게 변하고 있다

세상이 크게 변하고 있다

세상이 크게 변하고 있다. 고정된 실체가 없어 끊임없이 변화면하면서 흐르는 덧없는 세상사라 그럴 

수밖에 없다지만  에 세상의  변화가 너무 충격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생각이 매우 혼란스럽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현재 이 지구상에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배경으로 초강대국임을 뽐내고 있는 

나라 아닌가. 대한민국을 비롯하여 약소국가들에게 갖은 횡포를 부리며 군림하고 있는 미국 아닌가. 

이런 미국이 그 본토에서 일찍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항공기 테러공격을 받아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미국에 대한 이러한 항공기 테러공격을 누가 예측이나 했겠는가. 그것도 적대국이 아닌 일개 폭력조직

에 의해 자행된 테러라는 데에 크게 변화하고 달라진 세상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인류역사를 보아도 영원한 제국은 하나도 없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한때

일 뿐이다. 무자비한 테러로 인해 희생된 수많은 무고한 생명과 막대한 재산과 사람들이 입은 마음의 상

처는 그 무엇으로도 보상될 수 없을 것이다.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의 명복을 빌면서 말을 좀 해야겠다. 

사람들이 보는 것, 듣는 것,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 행동하는 것은 모두 업(業), 즉 행위(行爲)이다. 보

고 듣고 말하고, 그와 같이 생각하고, 그와 같이 행동하는 業, 즉 인간의 모든 行爲는 그런 행위를 저지

른 바로 그 사람에게 그 행위와 똑같은 結果를 가져온다. 이게 業의 律動, 즉 因果關係, 因과應報라고 말

하는 것이다.

가공할 이번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현대인들이 무심코 익혀온 

業의 結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컴퓨터 게임과 소설과 영화 등을 통해 일찍이 어려서부터 공격과 

살인과 파괴의 業을 익혀온 그런 行爲, 즉 業의 波長이라고 여겨진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사각 스크린 

앞에서 깊이 빠져 있는 컴퓨터 게임을 어깨 너머로 한 번 보라. 그 게임은 주로 때려 부수고 짓밟고 죽이

는 놀이로 가득 차 있다. 한창 자라고 있는 어린싹들이 이런 부정적인 놀이에 푹 빠져 있는 그 결과를 상

상해 보면 인간세계의 미래를 대강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이런 놀이를 부모들은 방관한다. 

이와 같은 가상세계(假想世界, virtual reality)의 폭력적인 게임놀이가 業의 씨앗이 된다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방관하는 것이다. 그 業의 씨앗(원인)이 언젠가는 現實的인 業의 열매(과보) 로

현실화되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잘 알다시피 미국 영화산업의 중심지는 할리우드다. 여기서 만든 영화가 온 세상을 휩쓸고 있다. 그런데 

이 할리우드에서 만든 영화 중에는 항공기를 동원해 주요한 시설물을 공격 폭파하는 폭력물이 적지 않다. 

그리고 작가의 상상력(想像力)으로 무자비한 폭력적인 살인과 파괴를 자행하는 폭력물도 출판계에 범람

하고 있다. 이와 같은 假想의 시나리오가 테러집단에 의해 끔찍하게도 현실로 우리 앞에 재현된 것이다. 

더 이상 길게 말 할 것도 없이, 어둔 業은 어둔 結果를 가져오고, 밝은 業은 밝은 結果를 가져온다. 인간이

기대고 사는 세상이 밝은 세상이냐, 어둔 세상이냐는 인간들 자신이 순간순간 어떤 生覺을 하고, 어떤 말

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며칠 전 대학에 재직 중인 한 교수로부터 전해 들은 이번 테러사건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에 나는 놀랐다.

미국에서 일어난 테러사건을 어떻게 보느냐는 설문에 적지 않은 수의 학생들이 ‘그것은 아름다운 예술이

다’ ‘뛰어난 예술이다’라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일류 명문대학 학생들의 精神世界를 엿볼 수 있는 

한 측면이다. 그 많은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고 고층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어떻게 아름다운 예술로 

볼 수 있고 뛰어난 예술로 볼 수 있을지 나로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이런 표현에 섬뜩

한 생각이 든다. 

이렇게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다. 이것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위상인가 생각하니 씁쓸하고 착

잡하다. 이번 테러사건이 미국의 뉴욕이나 워싱턴에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서울이나 부산에서 일어났다

면 그런 상황에도 한결같이 아름다운 예술이고 뛰어난 예술이라고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일부 학

생들의 생각이겠지만 미국이 대한민국 국민 앞에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케 하는 대목이다. 군사력과 경제

력, 거기에 오만무례한 독선만으로는 이제 이 지구상에서 제국(帝國)의 영광을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이 이

번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세계무역센터 빌딩 테러사건을 통해 그 싹이 움트기 시작한 것 같다.

기대에 잔뜩 부풀었던 소위 새천년의 문턱에서 세상은 이와 같이 요동치며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

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거듭 밝히지만, 순간순간 하루하루를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인간들의 삶은 달라진다. 밝은 세상과 

어두운 세상의 갈림길이 지금 여기 이 순간 현재 인간들 자신의 밝은 생각/마음과 어둔 생각/마음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려면 주위의 흐름에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아야 한다. 시류에 헛눈 팔거나 들뜨지 

않고 차분히 자기 자신의 意志로 순간순간 밝고 맑은 業을 익혀가야 할 거라는 생각이다.

법구경(法句經)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마음이 근본이다. 이 세상 모든 것 모든 일은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고로

나쁜 마음을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괴로움이 나쁜 그 마음을 따른다. 수레의 바퀴가 소의 발자국을 따

르듯이. 이 세상 모든 일, 모든 것은 마음이 근본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

다. 착하고 맑은 마음을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즐거움이 착하고 맑은 그 마음을 따른다. 그림자가 그 

주인을 따르듯이...   

-법정스님. 산방한담(山房閑談) 월간 맑고 향기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