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모든 것이 다 제가 지어 제가 받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매번 일을 당하면 그 탓이 저 밖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답]
중생이 저 밖에 뭔가 있다고 제 스스로의 생각으로 지어놓고 수천만 년 동안 그렇게 業이 길들여졌는데
몇 마디 알아들었다고 당장 業의 진로환망(塵勞幻妄)에서 훤칠하게 벗어나기가 그렇게 쉽기야 하겠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겠소? 이른바 닦음 없이 닦아 나아가야 하는 無爲行(무위행)이어야 하오. 지금까지
사람들이 알고 있는 修行이란 어떤 것이요? 이 고깃덩어리 肉身를 잘 갈고 닦아서 福도 받고 聖人도 되고
해서 뭔가 한 수 해보려는 것 아니오? 누가? · 이 肉身이라는 환화공신(幻化空身)이오, 텅~비어 있는 몸
으로 변화한 허깨비 이놈은 닦아서 나중에 功德을 받을 놈도 없고, 功德을 쌓아놓을 곳도 없는 놈이요. 왜
텅~비어있는 그림자 같은 것이니까. 그러니 修行이라는 그 닦음은 본래 아무 功德도 취하고 버릴 것 없는
허망하고 헛된 닦음인 거요. 修行은 뭔가를 위해서 인위적으로 행하는 有爲行이 아니라는 소리요. 흔히들
분별 망상 번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쩐다고 하지만 언제 분별 망상 번뇌에 갇혔던 적이 있었소? 제가
스스로 묶는 끈도 없이 도깨비 같은 환상에 묶였있었던 것뿐이오.
이런 것이건 저런 것이건 이 세상 모든 것, 우주만법이 몽땅 제가 지은 生覺만으로 있는 幻化空身이라는
事實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되오. 우주만법, 이 세상 모든 것의 성품(性稟)은 本來 텅~ 빈 것이기 때문에
중생이 생각으로 마음으로 그렇다고 지으면 성품은 그렇다고 지은 그대로 응해주는 것뿐이오. 그러니
끈도 없이 묶여있던 제가 지은 올가미에서 벗어나는 일은 아주 간단한 것이오. 그저 문득 無心에 드는
거요. 밖에 탓이 있다는 미망(迷妄)에서 헤어난다고 하지만 텅~빈 허깨비가 어떻게 迷惑할 수가 있겠소?
또 반대로 허깨비가 어떻게 깨달을 수 있겠소. 그러니 밖이니 안이니, 깨달음이니 미혹함이니 그런 분별
하는 생각, 분별심, 분별의식, 알음알이(識) 모두 다 내려놓고, 내려놨다는 생각조차 다 놓고 몰록 無心에
들면 제가 본래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머지않아 알게 될 거요.
탓이 밖에 있건 안에 있건, 걸리건 안 걸리건, 깨닫건 미혹하건, 그걸 제 뜻에 맞게 억지로
잡아 틀려고 끙끙거리며 헛애 쓰지 말고 그냥 놔두시오.
그게 전부 꿈같고 환 같은 건데 그걸 상관해서 뭐하겠소? 소위 일승법(一乘法)은 유위의
노력을 통해서 구경의 깨달음을 증득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오.
바로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본래 아무 일 없었다는 사실을
투철하게 깨닫는 거요. 그것만이 깨달음으로 가는 외길이오.
-현정선원법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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