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헌재 답변서·친박계 막말 등 촛불민심 자극
청문회 증인 모르쇠·보수 단체 집회에도 반발
황교안 권한대행 거부·헌재 심리 촉구에는 동조
오는 24일, 31일 집회 때 규모 더 커질 가능성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극적으로 통과하고 본격적인 겨울철 한파까지 찾아왔지만 '촛불'은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9일을 고비로 세간에서는 집회 열기가 급격히 꺾이고 헌법재판소(헌재)의 결정을 관망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었다.
추운 날씨와 크리스마스, 연말 송년회 분위기 등으로 인해 탄핵안 가결 이후 집회 참가자 수가 대폭 감소할 게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10만명도 어려울 것으로 봤으며, 촛불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관계자들은 대체로 30만명 안팎을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하지만 탄핵안 가결 바로 다음날인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만 80만명(경찰 추산 12만명)이 모인 데 이어 촛불이 크게 사그라들 것으로 예측됐던 17일에도 65만명(경찰 추산 6만명)이 운집해 종전 관측을 무색케 했다.
그렇다면 촛불집회에 여전히 많은 인파가 몰리는 원인은 뭘까.
우선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박 대통령 측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 공소장이나 소추안에 담긴 혐의들을 사실상 전부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 여론을 크게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민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대통령 퇴진'을 주된 구호로 외쳐왔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해야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대리인단을 통해 탄핵 사유를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곤 모두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 탄핵을 무산시키거나 적어도 재판을 장기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여기에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과 보수·우익 성향 단체들이 "박 대통령이 무슨 죽을 죄를 지었나" "누명 탄핵 원천 무효" 등을 갈수록 노골적으로 주창하면서 촛불 집회의 동력을 다시 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친박계의 경우 급기야 정우택 의원을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당선시켜 '도로친박당'이라는 평가와 함께 친박의 부활을 선언했고,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박사모) 등은 "우리도 100만 집회 가능하다"며 신문 광고 등을 통해 '우파 총동원'을 독려했다.
17일 박사모 집회에 "촛불은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는 발언으로 유명한 친박 핵심 김진태 의원이 직접 참석키로 했다는 소식도 촛불 민심에 '동기 부여'를 한 측면이 있다.
또 국회 청문회에서 증인들이 무더기로 불출석하거나 거짓말·모르쇠로 일관하는 행태를 보인 점도 많은 시민들에게 분노와 불안감을 안긴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연루자들 가운데 최순실(60),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은 국회에 불성실한 사유서를 제출하거나 아예 잠적해버리는 수법으로 청문회에 불참했다. 청문회에 참석한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모릅니다" "아닙니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최경희(54) 전 총장을 비롯한 이화여대 관계자들은 교육부 감사 내용을 전면 부인해 오히려 진상 규명을 어렵게 만들었다.
아울러 퇴진행동의 슬로건인 '황교안 대행 체제 거부', '헌재의 조속한 심리 촉구' 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된 점도 집회 규모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환경 요인들로 인해 상당한 군중이 앞으로도 촛불집회 참석을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한해를 마감하는 31일에 열릴 주말 9차·10차 촛불집회 때는 다시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퇴진행동 상임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염형철(48)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정치권과 헌재, 총리의 행보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우려를 가지면서 집회 참여가 어느 정도 공고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이나, 헌재 탄핵심판 등 어떤 결정적 국면에서는 집회 규모가 다시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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