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설]
'천만 촛불'의 열망을 '새해 희망'으로 이어가자
입력 2016.12.30 16:46
[한겨레]
올 한해 우리 국민은 5천년 역사의 그 어느 순간보다 위대한 족적을 남겼다. 촛불 시민들은 양과 질, 그 어느 면에서도 세계가 입을 모아 찬탄하는 시민혁명의 진수를 선보였다. 올해 마지막날,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10차 촛불집회는 그 성과를 축하하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10월부터 타오르기 시작한 촛불은 국민을 속인 무능·부패한 권력을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단죄의 제단에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눈치 보며 우왕좌왕하는 제도정치 세력을 견인해내며 헌법 1조의 정신 ‘국민이 주인’임을 확인한 것은 역사의 굽이마다 떨쳐 일어선 ‘민’의 위대함을 드러낸 쾌거였다.
그러나 촛불혁명은 아직 미완성이다. 반촛불 세력은 여전히 반동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어정쩡하게 미봉한 국정교과서 정책이 보여주듯이 시간을 끌며 촛불 열기가 사그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안보 논리를 고리로 거대 야권의 분열을 획책하고, 경제와 민생을 들먹이며 적폐 청산에 딴죽을 걸려 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특검과 탄핵 심판 등을 통해 박근혜-최순실 일파와 그 부역세력의 범죄와 실체를 신속하고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업을 늦출 수 없다.
촛불혁명은 국정농단 세력의 단죄를 넘어 이를 가능케 한 부패한 기득권 체제와 구조를 바꿔냄으로써만 완성될 수 있다. 박정희 패러다임으로 불리는 50년 적폐를 깨끗이 쓸어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박-최 게이트 추적 과정에서, 그리고 김영한 업무일지 등을 통해서 반공과 냉전 논리, 시대착오적인 극우 이념으로 똘똘 뭉친 박근혜-김기춘류 수구·부패세력의 참모습이 단편적으로나마 드러났다. 김기춘-우병우와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그 부역자들을 행동대로 부리며 지탱해온 ‘박근혜 체제’는 나라를 40년, 50년 전으로 후퇴시켜 놓았다. 이런 극단세력과 체제를 그대로 두고는 한 치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이들을 법과 역사의 이름으로 엄히 단죄함으로써만이 건강한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두 날개로 삼아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날아오를 수 있다.
촛불 정신을 충실히 받들어 제도화하는 큰 책임이 정치권으로 넘겨졌다. 30년 전 국민의 힘으로 형식적 민주주의, 정치 민주화의 첫발을 떼었다면 이제는 실질적 민주주의, 경제·사회 민주화의 완성으로 우리의 삶을 바꿔내야 한다. 지역 벽을 허물고, 흙수저의 의사도 반영될 수 있는 선거·정치제도의 개혁이 필요하고, 빈부 격차 해소·민생 우선의 경제민주화와 복지제도 정비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수구보수 일변도로 기울어진 언론지형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모든 개혁이 불가능함을 명심해야 한다.
시민혁명의 완성을 독려하는 촛불은 새해에도 계속 타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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