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직권남용' 딱 걸린 우병우.."이번엔 빠져나가기 힘들 것"
강희철 입력 2016.12.20 07:16 수정 2016.12.20 08:36 댓글 1636개
수사 직접 개입 명백히 드러나
해경서버 수색 거부 와중에 전화
수사팀 맞서자 영장 범위 문제삼아
사건 초기 청와대 통화내역 담겨
우, 정부책임론 우려 끝까지 막아
'해경 123정장 업무상 과실치사'도
중간에 사람 넣어 '적용 불가' 간섭
세월호 수사과정 압력 증언 잇따라
[한겨레]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민정비서관이던 2014년 6월 세월호 수사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해경 상황실 서버 압수수색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행위는 형법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저촉된다. 대통령을 포함해 청와대의 어느 누구도 직접 검찰에 대고 수사를 하라 말라 할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알고 있는 검찰·특검 관계자들은 “우 전 수석이 이번엔 빠져나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해경 압수수색뿐 아니라 검찰의 세월호 수사 과정에서 수시로 압력을 넣거나 간섭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 “상황실 서버는 안 된다” 세월호 승객 구조에 실패한 해경 문제는 사건 초기부터 줄곧 거론됐지만, 검찰이 별도 수사팀을 구성한 것은 5월 말께다. 밑그림을 그린 뒤 인천에 있는 해경 본청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이 6월5일. 수사팀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뜻밖의 거센 저항에 맞닥뜨렸다. 청와대와 해경 사이에 주고받은 모든 통신 내역과 자료가 보관돼 있는 부속건물 내 전산서버를 압수수색하려 하자 최상환 당시 해경 차장이 막아선 것이다. 최 차장은 본청과 떨어져 있는 이 부속건물 진입을 막으면서 “여기는 청와대와의 통화 내역 등이 보관돼 있어 안 된다. (자료는) 못 내준다”고 막무가내로 버텼다고 한다. “영장을 끊어 왔는데 무슨 소리냐”는 수사팀과 해경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졌다.
바로 그 상황에서 우 전 수석이 직접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거기(상황실 서버)엔 청와대와 해경 간 통화 내역 등 통신자료가 다 있는 데 꼭 압수수색을 해야 하겠느냐”며 사실상 압수수색 중단을 요구했다고 한다. 수사팀 검사들은 모두 우 전 수석보다 사법시험 기수가 낮은 후배들이었다. 그렇지만 “수사를 위해서는 압수수색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맞섰다. 그러자 우 전 수석은 다시 법률가답게 영장의 ‘효력 범위’를 문제 삼으며 압수수색 중단을 거듭 종용했다고 한다. 상황실 서버가 본청 안에 있지 않고 별도 건물에 있으니 압수수색 영장도 별도로 발부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나중에 ‘절차상 하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광주지법에서 영장을 별도로 받아 자정이 돼서야 상황실 압수수색을 마칠 수 있었다.
해경 본청의 상황실 서버 자료는 세월호 사건 진상 규명에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특히 상황실 서버에는 세월호 침몰 사실을 청와대가 최초로 인지한 4월16일 오전 9시14분 이후 국가안보실 상황실장과 해경 본청 상황실 사이의 통화 내용 등이 그대로 보관돼 있어 청와대의 사건 초기 인식 및 대응 태도와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이 커져가던 당시 상황에서 이 자료들이 해경 바깥으로 나간 뒤 수사와 재판을 통해 공개될 경우 정부(국가) 책임을 묻는 여론이 크게 악화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 “관행도 범죄다” 우 전 수석의 행위를 두고 한 검찰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검찰 수사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비서관이 지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은 물론 대통령조차도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는 지휘하거나 관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 그 길을 터주면 검찰 수사는 정치적 목적에 따라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수사)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검찰청법 제8조)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그러나 ‘청와대의 뜻’은 그동안 검찰에 직간접으로 관철돼왔다. 검사들의 ‘아킬레스건’인 인사를 지렛대로 삼아 순치시켰기에 가능했다. 특검 관계자는 “관행도 범죄다”라는 말로 우 전 수석에 대한 처벌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압수수색 그만하고 나오라는 얘기를 관할 지검장이 아니라 청와대 소속 인사가 하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이다. 이건 형사사법 업무이기 때문에 그렇다. 청와대가 할 수 있는 최대치는 법무부에 의사를 전달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 ‘우병우의 그림자’ 우병우 전 수석의 ‘입김’은 세월호 사건 수사 초기부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검찰 ‘보복 인사’ 의혹(<한겨레> 12월16일치 1·3면) 등 도처에서 감지된다. 검찰 내 한 인사는 “우 전 수석이 중간에 누굴 넣어서 해경 123정장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불가’ 입장을 전해왔다”고 했고, 또다른 인사는 “광주지검장을 두고 우 전 수석이 ‘개념 없는 검사장 때문에 힘들다’고 한 말이 들려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개념 없는 검사장’으로 지목된 변찬우 변호사(당시 광주지검장)도 “청와대와 법무부는 (123정장에 대한) 영장 청구는 물론 기소조차 꺼려했다”며 “청와대가 얼마나 세게 틀어쥐는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 장관을 비롯한 법무부의 ‘배후’에 우 전 수석이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우 전 수석의 인사 관여 역시 검찰 내에서는 공지의 사실로 알려져 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세월호 수사 라인이 거의 ‘전멸’한 2015년 1월 정기인사 직후 ‘(세월호) 수사 맘대로 시원하게 했으니, 그 결과도 책임져야 할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는 청와대 인사는 우 전 수석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희철 김정필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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