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순실, 독일에서도 '청와대 문건' 받아봤다
특별취재팀 입력 2017.01.11 11:30특별취재팀(주진우·김은지·전혜원·신한슬 기자)
2015년 9월 독일 예거호프, 당시 코어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 노승일 부장의 컴퓨터를 최순실씨가 사용했다. 최씨는 이곳에서 회장으로 통했다. 한 번은 노씨가 문건을 열어보는 최씨의 뒤를 지나가자, 최씨가 노발대발했다. 노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냥 지나가다 볼 수도 있는 건데 최순실씨한테 엄청 욕먹었다”라고 말했다.
노씨는 당시 유달리 예민한 최씨의 반응에 뭔가 이상하다 여겼다. 그녀가 컴퓨터를 사용한 다음, 그는 자신의 컴퓨터를 살폈다. 최씨가 확인한 파일이 남아 있었다. 열어보니 ‘대통령 방미 기념 한국문화 페스티벌’이라는 제목의 10쪽짜리 문건이었다(위 사진). 문서 오른쪽 상단에는 ‘15.9.08(화)’라고 문서를 만든 날짜가 쓰여 있었다.
작성 주체는 쓰여 있지 않았다. 내용을 보면 ‘청와대 보고용 문서’임을 짐작할 수 있다. 2015년 10월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등에서 ‘참 대한민국 페스티벌’을 열고 ‘참 대한민국 101가지 브랜드’를 골라 전시·공연 등의 형태로 페스티벌을 진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추진 배경-북한과의 긴장 고조와 메르스 국내 확산 등으로 대한민국 이미지가 실추된 상황으로 문화를 통해 대한민국 가치 상승과 이미지 제고의 발판 필요’ ‘추진 방향-기존의 한인회 중심 페스티벌이 아닌 미국 사회에 한국 문화를 전파하기 위한 최초의 국가 브랜딩 프로젝트.’ 페스티벌 명칭은 ‘뉴욕, 한국을 만나다’로 되어 있다.
노승일씨는 이 문서를 따로 보관했다. 노씨는 “국내에 돌아와 K스포츠재단 업무를 하며 접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문건과 이 문서의 양식이 같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문건 내용처럼 대통령 방미가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2015년 9월25일부터 30일까지 유엔 총회 참석 등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했고, 10월13일부터 18일까지는 미국을 공식 방문했다.
또 해당 문건에서 강조된 ‘참 대한민국’은 2015년 8월18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한 ‘국정 2기, 문화융성의 방향과 추진계획 발표’와 맞닿아 있다. 당시 언론도 ‘참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를 보도했다. “올해 말까지 ‘참 대한민국(True Korea)’ 국가 브랜드가 개발된다(<조선일보>).” “‘참 대한민국’ 브랜드는 한국문화원 등 해외 거점을 통해 전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리는 데 활용된다(<뉴스1>).” 2016년 2월2일에는 문체부가 ‘참 대한민국을 알리는’ 재외문화홍보원장 등의 회의를 개최한다며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최순실씨가 열어본 문건과 똑같은 기조를 담은 정책이다.
문건 내용처럼 대통령 방미가 이뤄졌다
노승일씨는 2016년 10~11월에 걸쳐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출석하면서 이 문건 등을 제출했다. 최순실씨 국정 농단의 증거로 제출한 것이다. 독일의 최순실씨 컴퓨터에서 확인하고 옮겨온 대통령 연설문 파일 한 건도 함께 냈다.
노씨는 지난 12월22일 국회 국정조사 5차 청문회에 “최순실씨가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 다른 경로로도 청와대 문건 등을 받아봤다”라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이 “동의를 받지 않고 복사했다면 절도다”라고 지적하자, 노씨는 청문회에서 “처벌받겠다”라고 대답했다. 노씨는 <시사IN>과 인터뷰에서 “나라가 휘청이는 위기를 맞았는데 그 정도는 각오하고 공개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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