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순실,
문체부 산하 공기업 인사 개입..
사유화 노렸나
입력 2017.01.14 07:01 수정 2017.01.14 10:43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이보배 기자 =
현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문화체육관광부가 관장하는 한국관광공사 산하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사장 인사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카지노 사업이 핵심인 GKL은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각종 이권을 챙긴 곳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씨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혀 GKL을 '수익 창구화'한 게 아닌지, 박 대통령이 최씨의 인사 전횡을 묵인·방조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1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김종(58) 전 문체부 2차관은 검찰 조사에서 "최순실씨에게 이기우(65)씨를 GKL 사장 1순위 후보자로 올렸다"고 진술했다.
최씨의 최측근인 김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 최장수 차관을 지내며 '체육계 대통령'으로 군림한 인물이다.
김 전 차관의 이러한 진술은 최씨가 공기업 인사까지 좌지우지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름이 거론된 이씨는 실제 2015년 10월 말 GKL 사장으로 내정됐고 한 달 뒤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취임했다.
이씨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30여년간의 공직 기간 주로 국내 또는 해외 공관에서 공보 업무를 담당했다. 노태우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이 때문에 당시 GKL 노조에서는 카지노 분야 경험이 전무한 이씨가 사장으로 내정되자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했다.
GKL의 사장 인사는 전임인 임병수(66) 사장이 임기 1년을 남기고 물러나는 바람에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임 전 사장은 당시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사퇴했으나 관가 안팎에선 청와대 등의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설이 나돌았다.
그는 산하기관 인사 등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갈등으로 사실상 강퇴당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과 오랫동안 함께 일하며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사장 교체가 이뤄진 시점이다. 2015년 하반기는 최씨의 이권개입이 본격화한 때다.
박 대통령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을 잇달아 독대한 것을 기점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작업에 시동을 건 것도,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를 통해 삼성과 220억원대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여원을 송금받은 것도 이 시기다.
최씨가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인사를 사장 자리에 앉혀 사실상 GKL을 사유화 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가능하다.
실제 최씨는 이듬해 1월부터 GKL을 먹잇감 삼아 사익을 챙긴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그는 박 대통령의 힘을 빌려 GKL에 배드민턴 및 펜싱 선수단 창단과 함께 자신이 설립한 더블루K와의 매년 80억원대 업무대행 용역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장애인 펜싱팀 창단을 성사시키고 선수 에이전트비 명목으로 3천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또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를 내세워 동계올림픽 관련 이권을 챙기고자 기획 설립했다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2억원을 후원받았다.
이기우 사장은 작년 11월 참고인으로 검찰에 출석해 "더블루K의 용역계약 요구가 부당하다고 느꼈지만 기업 활동 전반의 불이익을 우려해 계약 체결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다만 최씨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러한 최씨의 '공기업 인사 농단' 이면에 박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윗선이 개입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 등이 최씨를 지원하고자 임병수 전 사장의 퇴임을 강요했다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
특검 관계자는 "최씨가 공기업 외에 여러 공직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그 배경과 청와대 역할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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