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헌재 결정, 대체로 국민여론과 일치"..이번 탄핵은?

장백산-1 2017. 3. 4. 17:09

뉴스1

"헌재 결정, 대체로 국민여론과 일치"..이번 탄핵은?

윤진희 기자 입력 2017.03.03 09:00 수정 2017.03.03 09:45 



박근혜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인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탄핵심판을 주재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인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탄핵심판을 주재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종국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박 대통령의 생사여탈권을 쥔 헌법재판소 8명 재판관의 정치 성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서는 보수냐 또는 진보냐 하는 헌법재판관들의 정치 성향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좌우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다수 법학자들과 법조인들은 헌법재판관들의 개인적 정치성향이 탄핵심판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보다는 헌재에서 다루는 특정 사안에 대한 국민 여론이 헌재의 종국 결정에 더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국민적 관심이 드높았던 사건에 대해 헌재가 내린 종국결정이 여론조사 결과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헌재 종국결정과 여론조사 결과 일치

뉴스1은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 가운데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헌재의 종국 결정 내용과 당시의 국민여론이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그 결과 헌재의 종국결정과 국민의 지배적 여론이 대부분 일치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뉴스1이 분석대상으로 삼은 헌재 주요 결정은 Δ동성동본 금혼제 Δ혼인빙자간음죄 Δ간통죄 Δ사형제도 Δ낙태금지 Δ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 Δ통합진보당해산 Δ노무현대통령 탄핵 Δ김영란법 등 총 9건이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헌재는 Δ동성동본 금혼제 Δ호주제 Δ혼인빙자간음죄 Δ간통죄 등 전통·관습과 관련이 있는 위헌심사 과정에서 법문의 해석과 위헌심사 기준을 적용하면서도 사회의 변모와 국민의 의식구조변화 등을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헌재는 동성동본금혼제도 사건 결정문에서 "신세대 미혼남녀간의 연애에 있어 상대방의 본관을 미리 물어본다든가 그들의 사랑이 무르익어 결혼까지 약속할 무렵 서로의 본관이 같다는 이유로 결혼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국민 의식구조의 변화에 따라 동성동본금혼제가 행위규제규범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해당 사건의 결정문을 통해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 근거로 사회변화와 국민여론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혼인빙자간음죄 결정문에서도 국민여론을 수렴한 흔적이 드러난다. “특정행위를 국가가 규제할 것인지 아니면 도덕률에 맡길 것인지는 결국 사회의 시대적 상황과 '사회구성원들의 의식' 등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게 당시 헌재의 입장이었다.

헌재의 사형제도 유지에 대한 결정도 국민여론과 일치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 갤럽이 국회의 사형제 폐지를 위한 특별법 발의에 즈음한 2015년 우리 국민 10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63%가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7% 였다.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국민적 여망을 담은 부정청탁금지법 소위 '김영란법' 위헌여부에 대한 헌재의 결정 역시 당시 뜨거웠던 국민여론과 맥을 같이 한다.

김영란법 위헌여부에 대한 헌재결정에 대해서는 분명 논쟁적 측면이 존재한다. 헌법전문가인 헌법학자들조차 김영란법의 위헌 여부를 두고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였다. 그럼에도 헌재는 결국 김영란법을 합헌 결정했다. 이에 대해 헌법전문가들은 헌재가 국민들이 투명한국 건설을 위한 디딤돌로 생각하는 '김영란법'에 대한 국민여론을 반영해 시행 전부터 좌초시켜서는 안된다는 사명감에 입각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한다.

헌재가 심리를 진행할 때 법리적 분석뿐만 아니라 국민여론도 세밀하게 살핀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헌법학자들은 시대상황과 국민법감정에 따라 헌법해석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 헌법학자는 헌재의 주요결정을 두고 "해당 사건들에 대한 결정을 국민투표에 부쳤더라도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을 만큼 여론은 명확했다"고 평가했다.

◇ 정치적 사건일수록 국민여론과 일치 경향 높아

헌재가 내린 주요 결정 가운데 가장 논쟁적인 사건으로 신행정수도이전 특별법 위헌결정과 박근혜 정권에서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이 꼽힌다.

헌재가 두 사건에 대해 내린 종국 결정은 전문가들의 시각보다는 일반 국민들의 법감정과 여론에 더 부합했다.

2004년 당시 인터넷 포털 네이버가 실시한 신행정수도이전 특별법 찬반 여론조사에서 네티즌 4만5000명 가운데 64%인 2만8000명이 반대 입장을 취했다. 이는 헌재의 위헌결정과 일치한다. 또 다른 국내 포털 ‘다음’의 여론조사에도 네티즌의 70%가 헌재의 위헌결정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야후 여론조사에서도 ‘정부가 신행정수도 이전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의 7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옛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결정 역시 국민여론과 일치한다. 헌재가 통진당 해산결정을 내릴 즈음의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한 국민 여론은 통진당 해산에 기울어 있었다. 중앙일보가 2014년 12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3.8%(매우 찬성 45.4%, 대체로 찬성 18.4%)가 통진당 해산을 지지했다.

전문가들은 헌재가 사회적·정치적 이슈가 됐던 다수의 사건에서 국민여론 동향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근거로 이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국민 여론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 헌법재판관 정치성향, 탄핵심판 결정에 영향 미칠까 

전문가들은 헌법재판관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 혹은 임명당시 지명권자가 누군지에 따라 헌법재판관들이 내릴 탄핵심판를 예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국가인권위원장과 헌법학회장 등을 지낸 안경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는 "흔히 하는 얘기대로 진보성향이냐 보수성향이나 또는 누가 임명 했느냐와는 큰 관계없이 헌법재판관들 개개인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내린) 헌법적 판단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법'을 "기본적으로 현존 질서를 유지하는 수단"이라고 했다. 이러한 법의 속성상 법률가들은 '현상유지'에 가치를 두는 보수성을 띠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법률가 집단의 특성인 보수성 때문에 보수성향 재판관일수록 탄핵인용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수'는 말 그대로 헌법과 같은 기존의 법질서를 강하게 유지하려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보수성향 재판관이야말로 가벼운 위헌·위법행위에도 탄핵인용 필요성을 피력할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임 교수는 "탄핵심판이 규범과 법리에 따른 것이 아닌 재판관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이뤄질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하는 것은 논리적 근거가 없는 억측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장철준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임명권자를 기준으로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이 언급되는 것 자체에 또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듯 하다"며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하는 법관의 이성적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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