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누가 푸름을 조율(調律)하는가

장백산-1 2017. 3. 19. 14:46

누가 푸름을 조율(調律)하는가 / 이만섭

 

한 개의 현(絃), 두 개의 현, 열두 개의 현, 혹은 스물네 개의 현,

그 현의 배수가 집약되어 공명(共鳴)으로 번져 온 저 일색(一色)의 

현현(顯現)들, 알 수 없다 


잎이 푸른 내력은 몸이 나무라는 것을,

광합성에 들기까지 햇빛은 창공에서 얼마나 부서져 내린 것일까,

실어 오고 실어 가고, 바람도 우듬지에서만 맴돈 것은 아닐 테지


밤사이에 소리 없이 일군 저 군락, 나무 아닌 삼림 없고 

나무 아닌 터전 없고  터전을 바라보자니 

가분수가 된 신록은 감당할 길이 없구나,


땅 기운 돋아 안개를 짓고 안개는 이슬을 짓고

이슬은 청명을 짓고 청명은 산수 간에 마음을 

짓고 짓고 지어, 푸름 밖에서 성찬을 받자니

정녕 저 진경(眞境)을 조율하는 자가 

따로 있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