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푸름을 조율(調律)하는가 / 이만섭
한 개의 현(絃), 두 개의 현, 열두 개의 현, 혹은 스물네 개의 현,
그 현의 배수가 집약되어 공명(共鳴)으로 번져 온 저 일색(一色)의
현현(顯現)들, 알 수 없다
잎이 푸른 내력은 몸이 나무라는 것을,
광합성에 들기까지 햇빛은 창공에서 얼마나 부서져 내린 것일까,
실어 오고 실어 가고, 바람도 우듬지에서만 맴돈 것은 아닐 테지
밤사이에 소리 없이 일군 저 군락, 나무 아닌 삼림 없고
나무 아닌 터전 없고 터전을 바라보자니
가분수가 된 신록은 감당할 길이 없구나,
땅 기운 돋아 안개를 짓고 안개는 이슬을 짓고
이슬은 청명을 짓고 청명은 산수 간에 마음을
짓고 짓고 지어, 푸름 밖에서 성찬을 받자니
정녕 저 진경(眞境)을 조율하는 자가
따로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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