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안수정등(岸樹井藤)

장백산-1 2017. 3. 26. 07:07

안수정등(岸樹井藤)


오늘 아침 공양을 하고 휴휴암 주지스님과 운동 삼아 포행을 한다고 걸으면서 이런저런 얘기 중에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면 사람들 대부분이 행복을 찾아 산다는 것이 낚싯군이 고기를 잡기위해 

드리운 낚싯밥을 물고기가 냉큼 물어 낚싯군에게 잡히듯, 인간들이 오욕(五欲 ; 식욕, 색욕, 수면욕,

명예욕, 재물욕 또는 모양, 소리, 냄새, 맛, 감촉)이라는 잠깐 동안의 쾌락인 낚싯밥을 물어 오랜

세월 동안 고통을 당하면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아주 잠시 잠깐 사랑에 빠지거나,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맛있는 것을 먹거나, 재물을 얻거나 하는 즐거움에 취해 살면서 거기서 다가오는 

고통을 모르고 산다는 것이, 여기 소개하는 "안수정등"과 같은 것을~~

  

인간이란 과연 무엇이며, 삶이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불경중에 [비유경]에 있는 이야기 하나 

안수정등(岸樹井藤) 이야기를 여기에 소개한다.


어떤 나그네가 막막한 사막을 횡단하고 있는데 뒤에서 무서운 맹수가 미친듯이 추격해 오고 있었다. 

어디 숨을 곳이라곤 전혀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나그네는 쫓기는 것에 지쳐 차라리 죽은 것이 

낫다는 자포자기적인 생각과,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욕망 사이에서 때로 주저앉기도 하고 때로 달리

기도 하다가 오아시스에 이르러 깊은 우물 하나를 발견했다.


그 우물가에는 굵은 칡넝쿨이 우물 속으로 늘어져 있었다. '살았구나'하고 생각한 나그네는 그 칡넝

쿨을 타고 우물 속으로 내려갔는데 우물 속 바닥에 커다란 구렁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다시 칡넝쿨을 타고 올라가려는데 머리 위에서는 흰쥐와 검은쥐 두 마리가 번갈아가면서 그 칡넝쿨을 

갉아먹고 있었고, 돌로 층층이 쌓아올린 우물벽에는 독사 4마리가 눈을 반짝이며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이때, 칡넝쿨 줄기에 매달린 벌집으로부터 똑, 똑, 똑, 똑, 똑, 5방울의 

꿀물이 입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 달콤한 쾌감, 그 쾌감에 빠져있는 동안은 무서운 공포심이 사라졌

지만 다시 꿀물이 떨어질 때까지에는 말할 수 없는 무서운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꿀물이나 받아먹으며 

죽어야 할 운명, 바로 그것이었다. 


이 비유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사막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사바세계요, 나그네는 어리석은 우리 중생이며, 쫒아오는 맹수는 

세월이요, 흰쥐와 검은쥐는 끊임없이 무상하게 바뀌는 낮과 밤이며, 우물 속으로 늘어진 칡넝쿨은 우리의 

목숨줄이요, 커다란 구렁이는 우리가 지어온 나쁜 업(業)이며, 5방울의 꿀물은 재물욕, 색욕, 명예욕, 식욕, 

수면욕의 다섯가지 욕심, 즉 5욕(탐욕심)이며, 무서운 눈을 반짝이며 독기 어린 혀를 날름거리는 4마리의 

독사는 사람의 몸이 죽어 분해 될 흙(地) 물(水) 불(火) 바람(風) 4가지 근원 즉 사대(四大)이다.


안수정등(岸樹井藤)이란 바로 우리 인간의 삶의 모습이 맹수에게 쫓겨 도망하다가, 이를 피해 올라간 

나무가지가 깊은 강가에 처진 나무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과 같고, 앞에 인용한 이야기의 우물 속 칡넝쿨에 

매달려 있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우주 삼라만상의 근원은 곧 마음이다. 마음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 또한 아니다. 마음이 넓을 때는

온 우주를 품어안지만 마음이 좁을 때는 바늘 끝 하나 들어갈 틈도 없는 것이 마음이다. 세상을 살펴보면 

지옥 같은세상, 아귀 같은 세상, 축생 같은 세상을 만드는 것도 마음이고 또한 극락 세상을 만드는 것도 

마음이다. 마음은 과연 무엇인가?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휴휴암에서 승현 삼가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