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호남 경선 완승을 보는 기대와 우려
한국일보 입력 2017.03.27. 19:02 수정 2017.03.28. 11:19
민주당이 어제 호남지역에서 치른 첫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압도적 승리를 거둠으로써 문재인 대세론이 현실로 확인됐다. 더불어 5월 '장미대선'의 대결구도도 한층 좁혀졌다. 호남 경선 결과가 향후 타 지역 경선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인식돼 온 터에, 지난주 말 치러진 국민의당 호남 경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 역시 완승을 거둔 까닭이다. 금명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진영의 후보도 확정될 예정이니, 대선국면은 3자 혹은 4자 구도로 압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경선에서 60.2%를 얻어 각각 20.0%, 19.4%를 얻은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압도했다. 경선 막바지에 불거진 '전두환 표창장' 등 네거티브 논란으로 호남 표심의 변화가 감지되기도 했지만, '될 사람 미는' 특유의 '전략적 투표'가 작용한 결과라고 하겠다. 호남에 사활적으로 공을 들였던 안 지사나 이 시장으로서는 실망스러운 성적표에 낙담할 수 있겠으나 꼭 그렇게 생각할 것만도 아니다. 통합을 위한 대연정, 대화를 위한 '선한 의지' 접근, 기득권 타파와 재벌개혁, 땀이 존중받는 사회 등 시대적 과제와 그 해법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공간을 제공했고 이는 남은 경선의 풍향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까닭이다.
문 전 대표에게 이날 승리는 대세론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지만 아직은 시작일 뿐이다. 1년여 전 문 캠프의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민주당을 뛰쳐나간 안철수 전 대표가 4ㆍ13 총선 때와 같이 호남의 기대를 받고 있음이 확인된 때문이다. 완전국민경선으로 실시된 이벤트에 예상의 두 배가 넘는 유권자가 참여해 전북 73%를 포함, 64%가 그를 지지한 것은 대선판세가 결코 일방적으로 흐르지 않을 것임을 보여 준다. 문 캠프가 촛불민심과 조직을 기반으로 대세론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주변에 포진한 잡다한 인물과 오락가락하는 메시지 및 리더십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층이 적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수진영의 재편 가능성도 문 캠프의 섣부른 축배에 제동을 거는 요인이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으로 정치적으로 보수는 괴멸 상황이지만, 태극기집회를 등에 업은 자유한국당 등 우리 사회 보수의 저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문 캠프는 보수 세력이 커질수록 중도 진영의 입지가 축소돼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여길지 모르나, 이는 반문, 또는 반 민주당 정서의 깊이와 폭을 모르는 철부지 판단이다. 민주당 호남 경선의 승자든 패자든, 자만도 낙담도 말고 왜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물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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