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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빠라기의 시간 - 오지 않을 시간을 걱정하는 어른들

장백산-1 2017. 6. 11. 15:52

빠빠라기의 시간

오지 않을 시간을 걱정하는 어른들

2017년 06월 05일 (월) 18:00:55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어린 아이들은 뭐든 좋아하는 것 같다. 단주를 주면 주는 대로 기뻐한다. 생일잔치를 했다. 매월 해주기로 한 생일잔치를 수많은 행사에 밀려 5개월 동안 하지 못했었다. 한꺼번에 다섯 달 동안의, 생일을 맞은 단원들을 위해 잔치를 하는데도 아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어른이 된 우리도 한때는 저와 같이 시간과 일자에 상관하지 않으며 행사 내용에만 집중 했을 때가 있었을까 신기하기도 하다. 사람들이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들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시간이 사람들을 시간이라는 굴레에 가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시간이라는 굴레에 스스로 들어갔다고 하는 표현이 맞는 말이다. 


오래 전에 남태평양 폴리네시아의 원주민 '투이아비' 추장이 유럽을 여행하고 돌아와 쓴 일종의 유럽기행문을 보았다. 비문명인이 바라본 문명사회의 모습이다 보니 문명사회에 산다는 우리들에게 오히려 낯설게 보이는 관점과 견해가 많았다. ‘투이아비’ 추장은 철저히 자신들의 관점에서 자신의 원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게 글을 썼다. 책 제목이기도 한 ‘빠빠라기’는 이 부족의 말로 ‘하늘을 찢고 내려온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서양인- 백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빠빠라기는 남태평양 폴리네시아 원주민들의 언어로 시계로 시간을 보며 화내는 서양인 의미 

우리 천진불들은 5개월 밀려 생일잔치해도 마냥 즐겁기만 해


오래되어 기억이 흩어졌지만 당시 그 기행문 책에서 본 기억이 시간을 이야기 하다 보니 다시 떠오른다.


“빠빠라기들은 그들의 손목마다 화내는 기계를 차고 다닌다. 그들은 그 기계를 보면서 자주 화를 내는데 한번은 하인(직원)이 오자 화내는 기계를 보고는 욕설을 하며 화를 머리끝까지 내는 것을 보았다. 정말 이해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내용인데 화내는 기계는 손목시계이고 화는 약속시간에 늦었다고 화를 내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었다. 소위 현대 문명인들의 모습이 비문명인에게는 이해 할 수 없는 모습으로 비친 것이다. 문명인이라는 우리들은 스스로도 모르게 시간이라는 굴레 속에 들어가 그 시간에 절박한 모습으로 매달려 힘겨워하고 번민한다.


어린 합창단원들과 함께 하다 보니 이러한 시간이라는 굴레가 더 명확해 보인다. 어머니가 간섭하지 않으면 어린애들은 육체가 지칠 때까지 놀고 육체가 지쳐야 휴식시간을 갖는다. 문명이고 성인인 우리는 내일이라는, 오지 않을 시간을 위해 현재의 즐거움도 기쁨도 묻어두는 것을 너무나 당연히 여기니 이점을 의아해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불자들이 석가세존 부처님에게 ‘영원한 자유인’이라는 찬탄의 수식어를 무심히 붙이는데 여기에는 깊은 뜻이 담겨져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時間을 超越한 自由人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이 뭘 좀 공부하고는 도인인양 행세할 때가 종종 있는데 이러한 가짜 도인을 구분하는 방법 중 하나가 시간적으로 조급함이나 얽매임이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간에 구속적인 모습이 있다면 필경 죽음 앞에서 벌벌 떨면서 초라한 중생의 모습을 보이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인생을 논하거나 삶을 이야기 하는 것은 모두 시간적으로 정렬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시간이 뭔지도 모르고 살다가 시간의 認識을 강요받고는 스스로 실체가 없는 이름뿐인 시간이라는 개념에 얽매여 괴로워하는 가엽고 우스운 중생들의 모습이니,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던질 수 있는 것은 그저 미소뿐이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니 ‘천진불(天眞佛)’이라는 단어가 그냥 수식어가 아니라 분명한 의미를 담은 어린 단원들의 인칭대명사인 것 같다. 어린 합창단원들의 그 모습 있는 그대로가 부처님을 닮았을 뿐만 아니라 그 부처님 앞에서면 우리들까지 언제나 행복해지니 말이다.


‘투이아비’ 추장의 눈에 보였던 빠빠라기들의 당혹스러운 모습처럼 어린아이들의 눈에는 어른들이 얼마나 황당한 모습으로 보여질까? 5개월 늦추고 한 번에 모아서 하는 생일 잔치상에 빨리 모이고 어서어서 정리정돈하라고 조급히 서두르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천진불들은 오늘 일기에 무어라 기록했을까 무척 궁금해진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394호 / 2017년 6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