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회까지 장악한 마크롱 佛 대통령의 개혁정치
한국일보 입력 2017.06.12. 19:02
11일(현지시간) 실시된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신생 중도정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압승을 거뒀다. 출구조사 결과 앙마르슈와 민주운동당 연합이 약 33%의 득표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해 이대로라면 2차 결선투표에서 앙마르슈는 하원 전체의석 577석 중 최대 445석을 휩쓸 것으로 예상된다. 445석은 전체 의석의 무려 77%에 달한다. 프랑스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거나 투표율이 25% 미만이면 2차 투표를 실시해 최다득표자를 당선시키는 결선투표제를 갖고 있다.
1년여 전에 창당한 앙마르슈는 총선 전까지 의석이 하나도 없었다. 이런 정당의 유례 없는 압승은 정치경험이 전무한 39세의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이은 또 하나의 선거혁명이라 할 만하다. 제5공화국을 출범시킨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공화국민주연합(UDR)이 1968년 총선에서 기록한 72%가 최고인데, 앙마르슈가 이를 뛰어넘어 사상 최대의 승리를 기록하게 되는 셈이다. ‘역사적 격변’ ‘제2의 프랑스 혁명’이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이유다.
앙마르슈의 극적인 승리와는 반대로 지금까지 프랑스 정치를 양분했던 기성 사회당과 공화당의 몰락은 처참할 지경이다. 지난 정부에서 의회 다수당을 점하고 있던 사회당은 현 277석에서 10분의 1 수준인 30석 정도로 급전직하해 당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지경이다. 역대 사회당의 최대 참패다. 공화당도 100석 안팎으로 의석이 절반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사회당과 공화당은 지난달 대선에서도 공화국 역사상 처음으로 결선투표에서 동반 탈락했다.
프랑스의 정치격변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부패와 무능에 빠진 기성 정치체제에 대한 분노, 이념을 아우르는 사회통합과 정치개혁에 대한 주문이다. 대권과 의회권력을 마크롱 대통령에게 몰아준 것은 그만큼 개혁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열망이 크다는 뜻이다. 대선 승리 이후 정치신인을 대거 발탁하고, 전체 공천자의 절반을 여성에 할당하는 등 마크롱의 강단 있는 리더십이 민심을 파고 든 결과다.
우려도 따른다. 과도한 권력집중, 정치 열기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극심한 정치무관심 등을 두고서다. 지난 대선이 1969년 이래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듯, 이번 총선도 1차 투표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49%에 머물렀다.
의회 권력이라는 탄탄한 교두보까지 확보한 마크롱 대통령이 경기침체와 양극화, 안보위협 등의 현안에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점점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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