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문각지는 다 환상 환각 환영이다.
[문] 보고 듣고 할 때마다 갈등을 일으키는 주재자(主宰者)로서의 ‘나’가 해소되지를 않습니다.
[답] 인연 따라 생겨나는 것은 봐도 봤다 할 게 없는 거요. 들어도 들었다 할 게 없는 거고.
결국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것이 낱낱이 다 그것이 아니라는 말이요.
그렇다면 견문각지로만 이루어진 인간들의 체험은 그 체험의 내용이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었건
혹은 형편없는 것 이었건 물어볼 필요도 없이 몽땅 환각, 환상, 환영인 거요. 뭔가를 본다, 듣는다
하는 그 자체가 환각이오. 지금 여기서 보고 있는 이대로인 채로 보는 자도 없고, 보는 행위도 없고,
보이는 대상도 없다는 말이요. 그게 사실이고 진실이오.
뭔가를 본다고 할 때에는 틀림없이 보는 자와, 보이는 대상, 보는 행위가 세워지게 마련이오.
그런데 이 세상 모든 法의 성품은 虛空性이니, 법과 법이 서로 마주보는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겠소.
이 세상 모든 것이 전부 환상, 환영, 환각이라 소리요. 굳이 말한다면 허공과 허공이 마주본다는 얘기
인데,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관념놀이 개념놀이 이름과 모양 놀이냐 이 말이오. 왜 모든 법의 성품을
虛空性이라 하겠소. · · · · · 연생(緣生) 연멸(緣滅)이기 때문이오.
마찰이니 갈등이니 하는 것은 서로 마주보는 두 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사실은 그게 전부 다
意識으로만 그런 것 같이 여겨지는 것일 뿐, 실제로는 아무 일도 없는 거요.
한 마디로 그렇게 하는 주재자(主宰者)가 없다 소리요.
하기는 하는데 하는 자가 없는 거요. 그럼 하는 자가 없는데 어떻게 하는 일이 있을 수 있고 어떻게
하는 일이 이루어질 수 있겠소. 그러니 뭔가를 한다, 뭔가를 이룬다 하는 말은 전부 착각임을 잊지 마시오.
이러한 물음과 대답도 그 주재자가 있는 게 아니고, 다만 참 성품이 인연을 따르면서 꿈처럼 환영처럼
감응해 나타나는 것임을 알아야 하오.
[현정선원법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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