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아침 일찍 일어나 책상 앞에 앉으니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는 새들이 작은 소리로 울고 있습니다.
그것 작은 새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으로서 소리를 내어 울고 있습니까?
이름 모를 새는 온 곳 없이 와서 이렇게 소리 없는 소리로 울음을 울고 있습니다.
이것은 새이지만 새도 아니고, 새의 울음이지만 새의 울음이 아니며, 크고 작은 소리를 내지만
그 소리는 잡을 수도 없고 쫓아갈 수도 없습니다.
오늘이 입추(立秋)라지만 날씨는 여전히 후텁지근합니다.
손과 발 온 몸에 열기가 느껴지고 몸 곳곳에 축축한 땀기운이 남아 있습니다.
가을은 어디에서 오며 날씨는 어디에서 후텁지근합니까?
손과 발은 어디에 붙어 있으며 몸 곳곳의 축축한 땀기운은 어디에서 나고 사라지고 합니까?
가을은 여름을 따라오는 것이 아니며 후텁지근함은 열대지방의 열기가 수증기를 만나 더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의 현전, 이 한마음에서 아지랑이처럼 일어나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는 아열대의 열기도 없고 수증기도 없으며, 여름의 자취는 더더욱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분명 덥고 축축한 여름이 가고 서늘한 가을이 올 것이라는 의식이 있지만 이 의식의 본바탕에는
그것이라고 할 만한 무언가를 찾을 수 없습니다.
지금 여기에 무슨 여름이 있고, 가을이 있습니까?
지금 여기에 무슨 열기가 있고, 축축함이 있습니까?
여전히 더운 날씨이고 축축하지만 그것의 본면을 보면 아무것도 그것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하늘은 저렇게 높고, 새는 여전히 소리내 지저귑니다. 이런저런 사물들이 영화관 스크린 위에 비춰지는
장면들 처럼 지금 여기 눈앞에 펼쳐지고 있고, 그런 사물들과 영화장면들을 따라서 이런저런 생각들도
일어납니다. 그러나 생각들과 그것들 그대로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것들은 고정불변하는 독립적인
실체가 없는 허깨비 같은 것들입니다. 그것들 그대로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를 떠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그것들의 변화와 흐름대로 지금 여기에서 드러나고 사라지지만
그것들은 시작도 하지 않았고 사라지지도 않았습니다.
이 열기 그대로 그것이 아니고 이 텁텁함 그대로 그것이 아닙니다. 온갖 세상이 우리가 분별해서 알고
있던 그대로 그런 질서를 따라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 같지만 본래 그런 일들이 없었습니다.
여전히 덥습니다. 그러나 덮다는 그 말 그대로 그런 일이 없습니다.
여전히 후텁지근합니다. 그러나 후텁지근하다는 그 말 그대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스스로 체득하고 스스로 깨달을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자기 선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고 나면 이것에 대한 생각은 사라지고 여전히 덥지만 스스로는 더움에 매몰되지 않고
여전히 후텁지근하지만 그것의 잔재가 없는 세상을 누릴 것입니다. 지금 여기에는 그것을 볼 자도 없고
누릴 자도 따로 없습니다. 온갖 세상 모습이 예전과 다름없이 그 모습 그 질서 그대로 다이내믹하게
변화하면서 흘러가지만 그것들 그대로 텅~빈 고요함일 것입니다.
- 릴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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