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 MBC 어둠의 시대 밝힌 3500명의 촛불
김도연 기자 입력 2017.08.26. 09:38
[현장]
언론과 시민, 9년의 세월 위로하다…
“있으나마나 한 MBC 방송 멈추고 다시 세우겠다”
3500개 촛불이 다시 서울 청계광장을 밝혔다. KBS·MBC 정상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이 삼삼오오 모여 희망의 등불을 만들었다. 25일 저녁에 열린 ‘돌아와요 마봉춘·고봉순(돌마고) 불금파티’는 언론인들과 시민들이 엄혹했던 지난 9년을 서로 위로하는 자리였다.
KBS·MBC 언론인들 가슴을 쓰리게 한 것은 단순히 폭력적 인사 탄압과 배제만이 아니었다. 시민들로부터 ‘잊힌다는 것’이 두려웠던 그들이다.
“KBS는 수신료를 내는 유일한 방송사입니다. 공영방송이 지난 세월 무슨 짓을 했는지 시민들이 기억해주셔야 합니다. ‘노잼’(재미없음)이라고 KBS를 무시하면 지금처럼 무너집니다. 시민분들은 KBS가 노잼이라 모르셨겠지만 저보다 훨씬 많은 괴롭힘을 당하고 괴로움을 겪었던 언론인들이 지금도 KBS에 있습니다. 그들이 다시 진실을 찾기 위해 시민들 앞에 섰습니다.”(KBS 간부들을 비판했다가 KBS 지역총국 부당 인사 발령을 받았던 정연욱 KBS 기자)
지난 9년의 세월은 ‘언론인 학살 시대’였다. 2012년 이후 MBC에선 해고자만 10명이 나왔다. 중징계자는 110명이었고 유배지에 배치된 인력은 157명에 달했다. 시간이 흐를 수록 인사 전횡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인사 폭력은 점점 아래로 향했다.
이들에게 버팀목이 됐던 것은 매순간 치열했던 노동조합이었다. 1987년 시민들의 돌팔매에 각성한 MBC 기자들이 주도했던 노조 결성은 6월 항쟁의 산물이었다. 이들의 언론 운동 투쟁사가 곧 ‘한국 언론사’였다. 김연국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엄혹한 시대에서 MBC 언론인들은 좌절만 하지 않았습니다. 6월 항쟁 이후 언론사 사상 최초로 노조를 결성했습니다. 공정방송 장치를 만들고 총파업으로 권력과 맞서 싸웠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1990년대, 2000년대 ‘신뢰받는 언론’으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노조가 있었습니다. 우리 노조는 다시 일어설 겁니다. 9월1일 총파업에 나설 겁니다. 있으나마나 방송 멈추겠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MBC를 세워 최고의 방송사로 만들겠습니다.”
“다음 주부터 KBS 기자들과 PD들이 파업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9월이 되면 총파업을 선언할 겁니다. 고대영 KBS 사장, 이인호 KBS 이사장 반드시 퇴진시킬 겁니다. 2014년 세월호 유가족 분들이 KBS에 항의하면서 시작된 사장 퇴진 투쟁, 저희는 길환영 사장을 쫓아냈지만 박근혜는 또다시 고대영·이인호라는 낙하산을 투하했습니다. 2014년 못 다 이룬 투쟁을 이번에는 완성하겠습니다.”(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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