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이 세상은 분리된 둘이 아니다
잔디 깎는 날
아파트 경비원들이 오늘 아파트 화단에 웃자란 잔디와 잡초들을 깎고 있습니다. 풀냄새가 창을 넘어
실내로 흘러듭니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잔디 깎는 기계 소리, 그 뒤로 후텁지근한 바람도 덩달아
불어옵니다.
방금 조금 전 지나간 것을 잡으려고 하면 그것은 이미 사라져버리고 지금 여기엔 없습니다. 그 대신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엔 새로운 것이 후각을 자극하거나 청각을 자극합니다. 풀냄새는 끊이지
않는 것 같고, 기계 소리도 끊어지지 않고 들리는 것 같지만 가만히 보면 조금 전의 냄새도 아니고
조금 전의 소리도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지리에서 일어나는 소리와 냄새의 출처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소리와 냄새는 내가
소리를 들어서 들리는 소리도 아니고 창을 타고 넘어온 소리도 아닙니다. 내가 소리를 듣는다는 의식적
의도적 의지적인 생각이 없어도 소리는 끊임없이 드러나고, 소리가 창을 타고 넘어온다는 의식이 없어도
소리는 저절로 일어납니다.
나와 풀냄새가 동시에 드러나고, 나와 후텁지근한 바람이 동시에 드러나고, 나와 잔디 깎는 소리가 동시에
일어나는 겁니다. 냄새, 소리, 더운 바람은 영원히 늘 나와 함께 하고 나와 함께 사라집니다. 지금 여기에
소리가 드러날 때 내가 함께 있고, 지금 여기에 바람이 불때 내가 함께 있으며, 지금 여기에 냄새가 일어날
때 내가 함께 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나는 어떤 식으로든 소리나 냄새나 바람 등의 이 세상을 창조하는 일에 항상 동참하고
관계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이 현상세계, 현실세계는 언제나 나와 함께 일어나고
나와 함께 사라집니다. 만약 내가 없는 세상이 있다고 여기더라도 이같이 여기는 생각은 나의 생각
밖의 일이 아닙니다. 만약 내가 참여하지 않은 사건이 있다고 말하더라도 그렇게 하는 말도 결국 나의
분별심 분별의식을 빌려서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는 나와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나 또한 세계와
분리되어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나와 이 세상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면 그렇다면 내가 세계를 찾아서 세상을 향해서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내디딜 이유도 없고 필요도 없고, 내가 이 세계를 벗어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왜냐면 나와 세계는 동시에
생겨나는 것이고 동시에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것을 일러 쌍생 쌍멸(雙生 雙滅)이라 말합니다. 소리, 열기,
추운 기운, 더운 기운도 늘 나와 분리된 둘이 아닌 '하나라고도 할 수 없는 하나'입니다. 지금 여기서 소리가
드러납니다. 동시에 나도 함께 드러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열기가 느껴집니다. 그와 동시에나도 함께
드러납니다. 지금 이 자리가 약간 시끄럽습니다. 그와 동시에 어김없이 지금 여기에 내가 함께 드러나 있는
것입니다.
나와 이 세상 모든 것은 그것들이 물질적인 현상이건 정신적인 현상이건 바로 지금 여기서 이렇게 동시에
드러나고 동시에 사라지는 겁니다. 이것은 바로 지금 단 1초의 간격도 없이 동시적입니다. 나와 이 세상은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눈앞에 이렇게 동시에 펼쳐져 있습니다. 바로 지금 당장 여기 이 순간 직면
하고 있는 이 자리 여기에서 나와 이 세상을 분리 분별하는 생각을 을으키면 나와 이 세상이 분리 분별되어
둘이 되고 분리 분별하는 생긱을 일키지 않으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아무것도 없는 것입니다.
나와 이 세상이 지금 여기에 드러나고 드러나지 않음이 동일한 하나의 자리이기에 드러난 모습을 의식해서
보면 분리 분별되는 나와 이 세계 온갖 일이 있고, 드러난 모습을 의식해서 보지 않으면 나와 이 세상 모든
것은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분리 분별된 것이 아닌 본래부터 완전하게 동등한 하나, 아니 '하나라고도 할
수 없는 하나'라고 말하는 것이 더 낳을 것입니다. 이 하나는 시작도 없는 하나이고 끝남도 없는 하나입니다.
이 하나가 본래의 나, 참나, 근원의 나, 모든 존재의 근본성품, 나의 본질, 우주의 본질, 이 세상의 본질입니
다. 이 하나라고도 할 수 없는 하나에 사람들이 개념으로 인격체적인 이름을 붙여 부르는 단어가 부처님,
하느님, 하나님, 천주, 神, God, 알라, 삼신할머니, 마고, 우주에너지 정보장, 텅~빈 바탕 진공의식, 절대성
의 자리, 道, 진리, 깨달음, 정각(正覺), 전시안(全視眼, 모든 것을 다 보는 눈), 제3의 눈, 무량광불(無量光
佛), 무량수불(無量壽佛), 아미타불, 청정심, 법신(法身), 여래여거(如來如去), 주인공 등등 수없이 많습니
다. 내가 바로 이것들 입니다.
바로 지금 여기서 소리가 들립니까? 바로 지금 여기서 후텁지근한 열기가 느껴집니까?
내가 듣는다, 내가 느낀다는 생각이 없더라도 지금 여기에서 소리나 열기는 저절로 드러납니다. 지금 여기
알 수 없는 데서 나와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저절로 드러납니다. 내가 듣는다는 생각도 알 수 없는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드러나는 것입니다. 내가 느낀다는 생각도 그렇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에서 분리 분별하는 생각을 일으키면 나와 이 세상 온갖 것이 있지만, 분리 분별하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
면 아무 일도 없는 지금 여기에서 제초기 소리가 멈췄습니다.
까치가 풀 내음이 번지는 나뭇가지에 앉아 재잘거리고 있습니다. 인부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창 안에 있는 한 사람이 이 모든 것을 다 보고 다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습니다. 아무 일이
없지만 새는 계속 울고 사람은 말하고 풀 내음은 여전히 풍겨옵니다.
- 릴라님
가져온 곳 : 카페 >무진장 - 행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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