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최순실 전담팀’ 운영했지만… 첩보 깔아뭉갠 추명호

장백산-1 2017. 10. 16. 21:17

‘최순실 전담팀’ 운영했지만… 

첩보 깔아뭉갠 추명호


朴근혜 정부 국정원 파행


미르재단 등 첩보 170건 작성

국정원장에 정식 보고는 커녕

작성한 직원 되레 지방 전출도

청와대 비선 보고 여부는 확인 안 돼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 국내정보 수집 부서에 이른바 ‘최순실 전담팀’이 운영됐지만 수집한 최순실 비리는 추명호 전 국장이 무시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국정원이 국정농단의 단초가 되는 내용들을 다수 수집했음에도 국내 정보를 담당했던 추 전 국장은 추가 첩보 수집 지시나 국정원장에 정식 보고하기는커녕, 해당 직원을 ‘복장 불량’ 등의 사유로 지방으로 전출시킨 사실도 밝혀졌다. 추 전 국장은 당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민간인ㆍ공무원 사찰 내용을 수시로 보고한 정황도 드러났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에 따르면, 최순실 전담팀은 2014년 8월 추 전 국장의 부임 이후 최씨와 미르재단 등과 관련한 첩보를 총 170건 작성했다. 전담팀이 추 전 국장에게 보고한 내용은 ▦청와대 비선 논란 관련 정윤회는 깃털에 불과하며, 진짜 실세는 정윤회의 전처 최순실이라는 설 확산(2014년 2월) ▦BH(청와대) 경제수석실은 K-스포츠 설립을 추진하면서, 교육문화수석실로 하여금 문체부가 재단 설립을 신속 지원토록 요청(2016년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ㆍ재계는 미르재단에 이어 K-스포츠에 300억원 출연 관련해 계속되는 공익재단 출범 자금 요구에 불만 여론이 상당(2016년 1월) ▦검찰 일각에서는 우병우 수석이 최순실ㆍ김기춘(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민정비서관으로 입성하게 되었다는 소문이 있음(2016년 9월) ▦삼성전자는 2015년 9~10월 우리은행 삼성타운지점에서 KEB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 최순실 관련 계좌(코레스포츠)로 280만유로(한화 약 35억원) 송금(2016년 11월) 등이다.

추 전 국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첩보를 확보했음에도 추가 첩보 수집을 지시하거나 국정원장에게 정식 보고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전경련 담당 국정원 직원이 미르재단과 관련한 재계의 불만을 지속적으로 수집하자, 본청 복귀 1년 만에 ‘복장 불량’ 등의 사유로 지방으로 전출시켰다.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의 경찰인사 관여 등을 보고한 직원은 ‘유언비어 유포’ 등의 이유로 지방 전출시키는 등 인사를 전횡하며 최순실 비리를 깔아 뭉갠 사실이 밝혀졌다.

다만 지난해 11월 언론을 통해 최순실 전담팀(당시 ‘종합팀’으로 보도)으로 지목된 조직은 국내정보 수집 부서 내에 설치된 보고서 작성 전담처로 확인됐다. 또 이 조직에서 최씨와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한 사례가 없었다고 국정원 개혁위는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추 전 국장 산하에 ‘종합팀’이란 이름의 조직이 최순실 관련 사안 처리를 수행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정원 안팎에서도 추 전 국장이 청와대 내부의 우 전 수석과 끈이 닿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돌기도 했고, 실제로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에게 이석수 청와대 특별감찰관, 우리은행장 동향을 직접 보고한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

국정원 개혁위는 또 “추 전 국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변호사인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을 2015년 6월과 12월 등 2회 이상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병우ㆍ안봉근 등 청와대 비선 보고 여부는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 통화내역 조회권한이 없고, 추 전 국장은 휴대폰 제출을 거부해 확인되지 않았다. 또 추 전 국장의 지시로 관련 직원의 컴퓨터가 포맷됐고, 첩보 작성에 사용된 노트북도 파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