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바탕 바로 지금 여겨 이 순간 이 자리
[문]최근에 읽은 원효대사의 사상(思想) 중에 . . .
[답]이 法은 뭐를 천착(穿鑿)하고 궁리해서 알아내는 그런 法이 아니오. 쉽게 말해서 아는 게 있으면
범부요. 하물며 불교사상(思想)이니, 원효思想이니 말하고 있으니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어떤 法門이
설해지고 있는지 조차 전혀 가늠도 못하고 있는거라는 말이요. 思想이 뭐요? 인간의 分別 妄想이 뒤엉켜
붙어있는 게 사상(思想)이라는 환상(幻想)이라는 말이오.
지금 환상(幻想)에 불과한 사상(思想) 그러한 지식(知識), 상식(常識), 알음알이, 그게 철학(哲學)이
됐건 아무리 위대한 사상(思想)이 됐건 그런게 전부 다 인간이 그 사량(思量)하고 분별(分別)하는
알량한 머리, 허망한 생각을 이리 저리 굴려 아무것도 없는 허공(虛空)에 헛 손질 하며 숱하게 그어
놓은 허망한 획(劃)과 같은 거라는 말이요. 그러한 것들은 전혀 쓸 데 없고 쓸모없는 고정된 실체가
없는 허망한 분별 망상이란 사실을 누누이 얘기하고 있는 거요 지금.
그런데도 이제 와서 지금 무슨 思想이 어떻고 저떻고 말을 늘어놓으려 하다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알아듣겠소? 서울 경복궁 안에 있는 경회루에 앉아서 평생 서울로 가는 길을 연구한다더니, 지금
여러분이 꼭 그런 격이오. 지금 앉아있는 여기 이 순간 이 자리가 바로 그 자리라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왜 그렇게 말하는가에 대해 깊이 참구하여 알아차릴 생각은 않고, 계속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밖으로
남들이 끄적거리고 구정거려 놓은 방편(方便)에 불과한 경전(經典)이나 사상(思想) 들추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왔다갔다 하며 애먼 먼지만 피우고 있으니, 왜 곧장 문 안으로 성큼 들어오지 못하는 거요?
그리고는 급기야 서울로 가는 길을 안다는 사람을 만나 그를 따라 나서는 꼴이 대부분의 불자(佛子)입네
하는 사람들의 현재의 모습이오.
빛깔, 모양, 소리, 냄새, 맛, 감촉, 모든 현상 등 겉으로 드러난 이 세상 모습을 보지 마시오. 이 세상으로
드러난 그러한 것들만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감촉을 느끼고, 마음에서 생각을 일켜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면서 그러한 것들을 쫓아다니는 바람에 그대들의 삶 인생 세상이 그렇게 한 시도 편할 날이
없이 고단하게 힘든거요.
물은 출렁출렁할 때나 잔잔할 때나 물 그 자체는 다르지 않소. 출렁출렁하게 보이는 물이나 잔잔하게
보이는 물이나 물의 그 드러난 모습이 어떻건 간에 물 그 자체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소리요.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말 같은데 대부분의 삶들은 이 너무나 당연하고 엄연한 사실을 늘 망각(忘覺)하고
그저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만 코가 닷 자나 빠져서 늘 헐떡이며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빛깔, 모양, 소리,
냄새, 맛, 모든 현상만 허망하게 쫓아다니는 게 현재 여러분의 모습이오.
물결이 출렁이거나 잔잔하거나 그렇게 드러나 보이는 모습 그건 단지 여러 인연(因緣)과 여러 가지
조건으로 말미암아 그렇게 출렁이는 모습이나 잔잔한 모양으로 드러나 보일뿐, 비록 그 겉으로 드러난
모양이 움직이고 변하고 잔잔한 것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바다는 일찍이 꼼짝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망각하지만 않는다면 그런 사람은 이제서야 비로소 발심(發心)을 한 거요.
-현정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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