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리인아(鼻孔裏認牙)
경상수지 흑자와 행복
한국은행이 최근 2017년 9월 경상수지 결과를 내놓았다. 한 달 경상수지 흑자가 122억1000만 달러로 월별 경상수지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들의 삶은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남루해지고 있다. 국가 전체는 흑자를 냈는데 내 살림은 나아진 것이 없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이런 통계가 일반 서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통계를 접할 때마다 부탄이라는 나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부탄은 세계 최초로 국민총생산(GDP)대신 국민총행복(GNH)을 국정지표로 삼은 나라다. 부탄의 국민총행복은 개발이나 경제성장보다 전통과 환경보호, 좋은 정치와 같은 개념이다. 예를 들면 환경보호를 위해 자연을 개발 하지 않으면 경제는 성장하지 못하지만 국민들은 행복하다. 대형마트를 건설하면 국민총생산은 올라가겠지만 골목상권의 영세자영업자들의 몰락으로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낮아진다.
국민을 어떻게 행복하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하는 부탄의 이런 국가적인 행복정책은 2011년 11월 행복을 국가발전으로 설정하자는 유엔(UN) 총회 결의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2012년부터 UN은 행복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사실 경제성장이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은 환상(幻想일 뿐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환경오염으로 아픈 사람이 많아져서 병원이 늘어나도, 이혼이 늘어 소송이 많아져도 국민총생산은 증가한다. 국민총생산은 즐거움, 미소, 보시, 사랑, 자비, 동료애 이런 것들의 소중한 가치를 담지 못한다. 그래서 국민총생산을 기준해서 국민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것은 “콧구멍 속에 치아가 있다고 생각(鼻孔裏認牙 비공리인아)”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인시절이던 2016년,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나는 길에 부탄 현지를 들렀던 사실이 뒤늦게 조명됐다. 특히 부탄의 행복정책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대한민국도 경제성장 중심의 통계에서 벗어나, 부탄의 국민총행복과 같은 정책을 도입한다면 국민의 행복증진은 물론 밑바닥 민심까지 환히 알 수 있는 살아있는 통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14호 / 2017년 1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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