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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된 채 세금만 먹는 '일제 유산'

장백산-1 2018. 1. 18. 07:19

애물단지 된 채 세금만 먹는 '일제 유산'

김찬호 기자 입력 2018.01.17. 22:12


[경향신문]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파크 10단지 내 근린공원에 있는 일본군 관사. 김찬호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수십억원을 들여 복원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본군 관사’ 유적이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문화재 등록도 못한 채 9년째 방치되고 있다. 복원과 관련된 SH공사, 문화재청, 마포구청은 문화재 등록에 실패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당초 역사적 가치가 크지 않고 사회적 논란도 예상되는 일본군 관사를 무리하게 문화재로 복원하려다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경향신문이 찾아간 일본군 관사 유적은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상암 월드컵파크 10단지 내 근린공원에 있는 이 유적은 건물 2개동과 방공호 1기로 구성돼 있는데 건물 면적은 각각 98.82㎡, 75.33㎡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하루 평균 5명 정도가 방문한다고 했지만 내부 관람을 위해서는 건물관리인에게 문을 열어 줄 것을 요청해야 했다.

이 유적은 2005년 SH공사가 상암 2지구 개발사업을 진행하던 중 1937년쯤 건립된 일본군 관사 22개동을 발견하면서 복원이 시작됐다. SH공사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지표조사를 실시하고 문화재청에 보고했다. 문화재청은 “흔치 않은 일본군 관사여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며 SH공사에 보존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SH공사는 2010년 상태가 양호한 건물 2개동과 방공호 1기를 원래 위치에서 130m 정도 떨어진 현재의 위치로 옮겨 복원하고 이듬해 등록문화재 신청을 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일본군 관사를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당시 유적 복원에 13억원 또는 30억원이 들어갔다는 얘기들이 돌고 있지만 SH공사는 예산이 정확하게 얼마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현재는 없다고 밝혔다.

문화재 등록 예고 사실이 알려지자 상암동 일대 주민들이 “굴욕적인 역사의 흔적을 문화재로 등록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문화재청은 뒤늦게 주민설명회를 열고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문화재 등록은 보류했다.

SH공사가 관사를 복원한 2010년에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일본인 학교가 개교하면서 처음부터 일본인 학교를 염두에 두고 복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실제 복원 부지는 SH공사가 복수로 후보지를 추천하고 문화재청이 이 중 한 곳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인 학생들이 한국에서 일본군 유적을 보며 등하교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이 유적은 2014년 마포구청에 기부채납되면서 구청이 예산으로 관리하고 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문화재로 등록해 역사 교육 현장 등으로 활용하고 싶어도 문화재청이 유적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신청을 하라고 했다”며 “일제강점기 군인 건물 이미지를 무슨 수로 개선하냐”고 말했다. 마포구청은 2014년을 끝으로 더 이상 관사의 등록문화재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마포구청이 신청을 하지 않아서 이렇게 됐다”며 “지금이라도 등록문화재 신청을 하면 문화재청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수십억원을 들여 복원한 유적을 활용도 못하면서 관리비만 쓰고 있는 마포구청은 올해에는 1억여원을 예산으로 책정해 보수에 나설 방침이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