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출발새아침]
"법관이 청와대 시녀 노릇, 양승태 전 대법원장 책임져야"
입력 2018.01.23. 09:51 수정 2018.01.23. 10:49
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7년 1월 23일 (화요일)
□ 출연자 : 이정렬 前 판사 (법무법인 동안 사무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부 독립 침해, 일선 판사들 다 분노
-反양승태 명단(리스트) 발견, 엄밀히 말하면 판사블랙리스트
-법원행정처, 법원 전체 업무 담당, 판사 출세코스
-양승태, 앞에선 사법권 독립 외치고 뒤로는 청와대 시녀
-해당 조사 반대한 사람들, 사법부 독립 침해한 범인일 것
-이 모든 논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책임져야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후 사표 쓴 판사 두 배로 늘어, 징계 두려웠나
◇ 신율 앵커(이하 신율): 지난 1년간 법원 안팎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 결과가 어제 발표됐죠.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 법원행정처가 특정 성향 판사들의 동향을 수집하고 특정 판결을 놓고 청와대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하는데. 관련해서, 전직 부장판사시죠. 이정렬 전 판사와 함께 입장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정렬 前 판사(이하 이정렬): 안녕하십니까.
◇ 신율: 지금 추가조사위가 두 달이 좀 넘는 활동 끝에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어떻게 보셨습니까?
◆ 이정렬: 너무나 충격적이고요. 그리고 양승태 씨가 대법원장을 하던 시절에 이야기했던 사법부 독립이 이렇게 뒤에서는 사법부를 청와대 일개 민정수석비서관에게 갖다 바칠 정도로 사법부 독립을 침해해왔던 것에 대해서, 저 뿐만 아니라 일선에 있는 판사님들도 다 분노하고 있고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판사들의 하나하나 사생활까지 다 조사하고 뒷조사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 불안과 공포를 금치 못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 신율: 판사들이 지금?
◆ 이정렬: 네, 그렇습니다.
◇ 신율: 그런데요. 이게 지금 블랙리스트가 있는 거예요,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언론마다 표현이 달라가지고. 어떻게 보세요?
◆ 이정렬: 당연히 있는 거고요. 지금 없다고 이야기하는 데는 없는,
◇ 신율: 리스트가 없다는 거죠, 리스트가?
◆ 이정렬: 예. 리스트라는 말도, 말에 집착을 해서 그런 것 같기는 한데. 그런데 또 실제 리스트가 있기는 있어요. 그러니까 무슨 말씀이냐면, 지금 조사 보고서에 나온 것 중에 법원행정처에서 작성한 문건이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후보자 검토’라는 문건이 있습니다. 거기에 보면요. 이 문건이 어떻게 해서 작성된 것이냐면, 사법행정위원회라는 것을 만드는데 거기에 소위 말하는 ‘왕당파’, 친 양승태적 사람들만 들어가면 사법행정위원회가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까 반 양승태적인 사람들도 들어가야 한다, 라고 하면서 반 양승태적인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해놓은 것이 64명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문서 제목이라든가 문건 제목이 블랙리스트 이렇게 되어 있는 건 아닌데 실제 이렇게 양승태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따로 만들어놓은 것은 있어요. 이것은 엄밀하게 보면 블랙리스트인 거죠, 그것이.
◇ 신율: 그런데 일각에서 그게 뭐냐면 인사 상 불이익이 있었느냐, 이걸 기준으로 해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 부분 어떻게 보세요?
◆ 이정렬: 일단 지금 문제된 부분이 2015 · 2016년 문건들입니다. 지금 발견된 것들이요. 그러니까 2015년이면 이때 보면 그 시기가 이미 양승태 체제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고. 그다음에 양승태 입맛에 맞지 않는 판사들은, 예컨대 서기호 전 판사처럼 재임용 탈락 이런 거 해서 다 불이익을 줘버린 상태였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여기에 나온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그 불이익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 신율: 그러니까 불이익을 줄 사람이 없었다?
◆ 이정렬: 없었다기보다 아직 그렇게까지 수면에 올라온 상태는 아니었죠. 그러니까 불이익이 없었기 때문에 블랙리스트가 아니다, 라고 하는 것은 벌써 지나간 것에 대해서 눈을 감아버린 그런 이야기밖에 안 되는 겁니다.
◇ 신율: 지금 여기에서 떠오르는 곳이 법원행정처거든요. 원래 법원행정처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를 한 번 잠깐 말씀해주시겠어요?
◆ 이정렬: 사법부도 당연히 하나의 조직이기 때문에 행정 업무가 필요하죠. 예산도 짜야 하고.
◇ 신율: 어디든 다 행정하는데 필요하죠.
◆ 이정렬: 그렇죠. 그런 업무를 하는 뎁니다. 그런 사법 행정권을 행사하는데 그 사법 행정권의 최고 책임자가 대법원장이거든요. 이런 걸 대법원장이 다 할 수는 없으니까 그 업무를 보좌하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데가 법원행정처입니다.
◇ 신율: 그런데 여기 좀 있으면 나중에 대법관 되는 사람들이 좀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 이정렬: 그렇죠. 그러니까 법원에 있는 판사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엘리트이긴 하는데, 판사들이 기본적으로 하는 업무가 재판과 판결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법원행정처라고 하는 데는 재판과 판결 이외에 법원 전체를 바라보고 행정 업무를 하는 그런 데기 때문에 그런 경험들이 대단히 큰 거죠. 그리고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기 때문에 그 사람들 눈에 들 수밖에 없고, 결국 나중에 승진하거나 할 때 당연히 그 사람들의 머릿속에 염두에 들어있는 사람들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출세 코스가 되는 거고요.
◇ 신율: 그런데 지금 얘기 나오는 거 보면 여기에 법원행정처에 소속돼 있었던 판사들이 이제 다시 나오면서, 소위 말해서 ‘거점 판사’라고 하던가요. 그래가지고 일을 했다는 거 아니에요, 정보 수집하는 일을. 그렇죠?
◆ 이정렬: 그렇죠.
◇ 신율: 이게 그러니까 누가 취합을 한 거예요, 그러니까 이걸?
◆ 이정렬: 하나 예를 들어드리자면, 이번에 법관 판사 블랙리스트 사태가 불거졌을 때 이것 때문에 징계를 받았던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법원행정처에 오래 근무하면서 블랙리스트 관련 업무도 관여해왔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이 2015·2016년에 국제인권법연구회라고 자기들이 감시하고 있는 그 연구회의 회장이 됩니다. 그 당시에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는 어떻게 생각했냐면 이규진 상임위원이 그야말로 보수적인, 반 인권적인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 사람이 그 회에 가입을 하고 회장까지 출마하는 걸 보면서 이 국제인권법연구회라는 데가 상당히 스펙트럼이 넓고 탄탄한 데가 됐다고 좋아했었거든요. 그런데 실제 이 사람이 가서 한 일이 뭐냐면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으로서 연구회 발전을 도모한 게 아니라, 그 내부의 고급 정보를 뽑아내고. 그다음에 회원들의 동향을 파악해서 그것을 법원행정처 내부에 실국장회의 있을 때 거기에 자료로 제공해온 거죠. 그러니까 스파이짓을 한 거죠. 그런 일들을 해왔다는 겁니다.
◇ 신율: 지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 동향도 청와대랑 주고받았다, 이런 얘기도 보도됐죠.
◆ 이정렬: 네, 그렇습니다.
◇ 신율: 어떻게 보셨어요?
◆ 이정렬: 양승태 씨가 신년사든 기념사든 이럴 때 항상 얘기했던 말이 있습니다. 사법권의 독립을 얘기하면서요. 했던 얘기가, ‘여론을 빙자해서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세력들이 있다. 여기에 굳건하게 대응해서 사법권의 독립을 지키도록 하겠다’ 이런 취지로 계속 얘기해왔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사법권의 독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뒤에서는 청와대 일개 민정수석이 재판 동향을 파악해 달라 그러고, 이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넘겨달라고 그러고. 하는 것에 대해서 다 보고하고, 또 실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회부하고, 하자는 대로 다 했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삼권분립에 맞는 것이며 사법권 독립에 해당하는 거겠습니까. 그러니까 겉으로는 사법부 독립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하면서 뒤로는 행정부의 시녀가 되어 있었던 거죠.
◇ 신율: 이게 지금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부분이 720개 파일은 지금 비밀번호가 걸려 있어서 못 봤다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파일 삭제된 흔적도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법원행정처에서 일부 컴퓨터는 지금 제출하지 않고 있다. 맞죠?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검찰 수사로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게 또 그러면 지금 말씀하신 사법부 독립의 침해다, 라고 생각하는 판사들이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어떻게 보세요?
◆ 이정렬: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판사들은 양승태한테 부역한 판사들일 겁니다. 무슨 말이냐면, 이건 명백한 범죄행위거든요. 그리고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 행위고. 여기에 대해서 사생활 침해를 내세우면서 법관이 사용하는 PC 제출을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조사에 응하지도 않았거든요. 그건 자기들이 숨길 게 있다는 거죠. 숨겨야만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고요. 그러니까 이것은 그런 과정에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걸 제대로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은 강제수사를 하는 수밖에 없거든요, 영장을 발부받아서. 그러니까 법원의 조사위원회는 그런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이건 필연적으로 수사 기관의 수사를 거쳐야만 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그 수사를 거부하겠다, 반대하겠다, 그것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다, 라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이 바로 범인인 겁니다.
◇ 신율: 그렇군요. 그런데 일각에서는 사실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이게 사법부 독립이라고 얘기했을 때 외부로부터의 독립도 중요하지만, 또 내부에서의 독립. 그러니까 판사 개개인의 독립도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얘기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블랙리스트는 사실 외부의 독립+내부의 독립 문제,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예요?
◆ 이정렬: 그렇죠. 특히 내부의 독립의 문제입니다. 뭐가 문제냐면, 이런 블랙리스트가 작성되면서 동향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예를 하나 들자면, 차모 판사 같은 경우에 잡지에 칼럼을 게재하고 하니까 그것을 막아야 되겠다, 라고 하면서 어떤 얘기를 하냐면, 소속돼 있는 법원 지원장으로 하여금 설득을 하게 해야 한다, 라는 것이 문건에 나옵니다. 실제 설득까지 갔었고요. 그런데 문제는 그 지원장은 그 판사에 대해서 업무고과를 평정하는 평가권자이거든요. 그러니까 그 말을 안 들었을 때 그런 평정을 제대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는가, 하는 거죠.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판사들은 저렇게 하니까 불이익을 받더라. 그러니까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나 수뇌부에서 원하는 대로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순치가 돼가는 거죠. 그게 문제인 겁니다.
◇ 신율: 지금 제가 또 하나 궁금했던 것이 뭐냐면, 지금 원세훈 사건 아까 제가 잠깐 여쭤봤는데. 원세훈 사건이 지금 대법원에서 다시 파기환송이 되지 않았습니까, 예전에. 그런데 그때도, 결국 파기환송 되는 과정도 문제가 있다, 이런 얘긴가요, 지금?
◆ 이정렬: 그렇죠. 문제가 있었죠. 첫째는 뭐냐면, 외형적으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뭐냐면 이것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판결이 선고가 됐거든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크게 보면. 하나는 어떤 경우냐면 종전의 판례에서 대법원이 취했던 견해를 바꿀 때. 판례를 바꿀 때. 두 번째는 원래는 3명이나 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는 소부에서 재판을 하는데 거기서 의견 일치가 안 됐을 때. 이 둘 중의 하나거든요. 그런데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법원 판결을 보면 판례를 바꾼 것도 아니고요. 그다음에 결과가 13:0이었어요. 전원일치였습니다. 그러니까 전원합의체에 가는 경우가 아니었던 거죠, 결과만 놓고 보면. 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는지 상당히 의심스러웠는데 이번에 그게 밝혀진 거죠. 우병우 민정수석이 원했던 거죠.
◇ 신율: 그러면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 이정렬: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사법행정권의 최고 책임자인 양승태 씨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리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장은 양승태 씨거든요, 대법원장이. 그러니까 당연히 책임이 있는 거고요. 법률상으로도 그렇고 사실상으로도 그렇습니다.
◇ 신율: 그리고 사법부 내의 적폐청산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이런 이야기 있거든요. 이 부분이 또 굉장히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라는 분석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이정렬: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적폐청산이 두 가지 방향이 있는데 하나는 인적 청산의 문제가 있고, 또 하나는 제도적 청산의 문제가 있거든요. 제도적 청산의 문제는 사실 오랫동안 연구가 되어왔고 많은 논문들이 발표돼 있는데, 지금 인적 청산의 문제 있어서는 서로 조심스럽기 때문에 이야기를 안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불거진 것들을 보면 제도의 문제가 없다고는 말 못하겠으나, 더 큰 것은 인적인 문제거든요. 그래서 얼마 전에 보도를 보면 지금 이번에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로 바뀌고 나서 종전에 사표를 냈던 판사들이 숫자가 두 배로 늘었다는 보도가 나오던데. 그 사표를 낸 사람들의 면면들을 쭉 제가 훑어보니까 법원행정처 근무했던 사람들인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그러니까 자기들이 그렇게 저질러놓은 것이 있어서 그것이 밝혀질 것을 두려워하니까 빨리 나가서. 있을 경우에 이런 거 가지고 징계를 받았거나 하면 변호사 등록조차도 어려워지거든요. 그러니까 빨리 살 길을 찾아서 나간 것이 아닌가. 인적 청산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런 잘못을 저질렀으면 꼭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야죠.
◇ 신율: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 이정렬: 고맙습니다.
◇ 신율: 지금까지 이정렬 전 부장판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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