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인간의 욕망
버찌씨를 사탕으로 바꿔 준 위그돈의 아량
우리 사는 세상은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찰나조차 변하지 않는 순간이란 없다. 얼마 전 벌어졌던 가상화폐 비트코인 광풍 또한 그 변화무쌍 가운데 하나였다. 가상현실, 가상공간처럼 발 딛고 사는 꿈 같은 현실에 깊숙이 들어온 이 가상의 세계에 가상화폐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삶은 한낱 꿈일 뿐이라는 비유가 결코 비유가 아니라는 걸 요즘 가깝게 다가온 이 가상(假想)이라는 낱말에서 더욱 실감하게 된다. 투자, 투기, 거품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비트코인의 등장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시작된 2008년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거렸다. 충격의 크고 작음은 있었겠으나 어느 나라도 그 파장에서 비껴가지 못했던 금융위기였다. 바로 그 무렵, 기존 금융체계에 대한 불신이 깊다고 판단한 어떤 이는 머릿속에 아주 새로운 방식의 화폐 시스템을 구상했다. 개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지만 거래의 투명성은 완벽하게 보장되는 데다 검은손의 조작이 불가한 대단히 획기적인 금융시스템과 이를 구현해줄 기술이었다. 일본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제안했던 이 시스템이 바로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이다. 비트코인이란 단어는 정보 저장 단위인 비트(bit)와 동전(코인 coin)을 합친 명명이다. 소수 독점의 금융 지배로부터 벗어나 개인들의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대단히 새로운 화폐유통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취지는 참신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고려 대상에서 빠진 게 있었다. 바로 인간의 욕망(欲望)이었다. 현재 비트코인은 바로 인간의 그 욕망에 붙들린 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낱 거품으로 사라질 것인지 미래 화폐로 자리매김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네 살배기 아이에게 어른의 세계는 짐작조차 불가했겠지만 어른 세계에 깊숙이 속해있던 바로 그 어른 위그돈의 배려로 어린 아이와 어른의 거래는 아름답게 이루어졌다. 비트코인으로 돈의 속성을 생각하다 어느덧 내 생각은 버찌씨에 다다르고야 말았다. 곁가지를 뻗다보니 아주 엉뚱한 생각을 또 하게 됐다. 버찌씨는 싹을 틔우고 나무로 자라 숲을 이룰 수도 있지만 돈은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숫자로 욕망의 숲을 이룰 순 있겠지만 그래서 버찌씨가 이룬 숲을 한순간에 없애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결국 무엇이 남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고 보니 어쩌면 위그돈씨의 아량은 오히려 큰 거래를 이끌어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그런 거래가 가능했던 것은 욕망을 제압하는 아량이 있어서 가능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다. [1428호 / 2018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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