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벌써 번식지에, 화사한 깃털 뽐내는 황여새
입력 2018.02.28. 15:37 수정 2018.02.28. 18:06
산수유 마을 '잔칫상'에 몰려들어? 열매 포식
참빗으로 빗은 몸매에 형광빛 꼬리 깃털 눈길
[한겨레]
입춘이 지나면서 우리나라를 찾아와 겨울을 난 새들의 생활과 신체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유난히 추웠던 올겨울 추위는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겨울철새들은 혼인색을 띤 채 번식지로 돌아갈 준비로 분주하다. 번식를 향해 북상하면서 먹이가 풍부한 곳으로 찾아든다. 힘든 번식을 앞두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2월 초순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상자포리 향리천 주변의 산수유나무에 황여새 무리가 몰려들었다. 개군면은 산수유 마을로 새들에게는 잔칫상이나 마찬가지다. 황여새는 바짝 마른 산수유 열매를 즐겨 먹는다. 인근 향리천 보에는 얼지 않고 흐르는 물이 있어 마른 목을 축이고 소화를 돕기에 제격이다. 물 찾아 먹이 찾아 번거롭게 멀리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황여새는 대개 나무꼭대기 가까이 앉는다. 이곳 은백양나무 꼭대기도 예외가 아니다. 무리를 지어 주변을 한참 살피다 한 마리가 날아오르자 무리 전체가 산수유나무로 달려든다. 안전이 확보된 것이다. 황여새는 산수유나무에 매달려 급하게 열매를 쪼아 먹는다. 열매를 쪼아먹다 또다시 한 마리가 날아오르면 일제히 날아올라 순식간에 은백양나무 꼭대기로 돌아간다.
물을 마실 때에도 같은 행동을 보이며 이를 하루 종일 반복한다. 황여새 무리는 조직적인 체계와 질서 아래 움직인다. 새들은 열매를 따먹을 때와 물을 마실 때 무방비 상태가 된다. 개군면 면소재지는 차량과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번잡한 곳인데 황여새가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이 마을을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황여새가 무리를 지어 민첩한 행동을 하는 것은 맹금류의 습격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맹금류는 작은 새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그러나 맹금류는 인가와 사람을 기피한다. 맹금류의 생활방식을 아는 새들은 천적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려고 사람 쪽으로 다가서는 선택을 했다.
작은 새들은 매우 다양한 환경에서 생활하지만 특히 무리를 짓는 겨울철새들은 시골 민가 근처, 도심 정원, 공원 등 사람과 인접한 곳에 정겹게 찾아와 감, 고염, 향나무 열매, 회화나무 열매, 찔레 열매, 꽃사과 열매를 비롯한 나무 열매와 새순을 먹는다.
■? 황여새가 물 마시는 연속 동작
황여새의 겨울나기는 녹록하지 않다. 향리천의 텃새 직박구리가 방해한다. 직박구리는 까치만큼이나 영역에 대한 애착이 강해 자기 영역에 들어온 황여새가 못마땅하다. 전국을 떠도는 황여새는 어디를 가나 낯설어하고 텃새가 텃세를 부리는 힘은 막강하다.
두 마리의 직박구리가 황여새 무리를 杆아 다니며 심통을 부리는 바람에 열매를 따먹기가 순조롭지 못하다. 그나마 수적으로 우세하여 직박구리 두 마리가 텃세를 부리기엔 역부족이지만, 황여새는 계속해서 직박구리의 눈치를 봐야 한다.
황여새는 나는 모습이 몸에 비해 짧아 보인다. 날개를 매우 빠르게 퍼덕이며 오징어처럼 추진력을 이용해 날아가는 듯한 모양이 특이하다. 한국에는 전국적으로 찾아와 겨울을 나는 겨울철새이나 규모는 해에 따라 불규칙하다.
보통 10∼30마리, 때로는 50~100마리, 더 큰 무리는 200여 마리가 넘는 경우도 있다. 무리를 지어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하고 땅 위에는 목욕과 물을 마시기 위해서만 내려오지만 뛰어다니다 땅에 떨어진 나무열매를 주워 먹기도 한다.
몸길이는 20㎝이고 다른 새와 달리 특징적으로 멋진 긴 머리 깃이 있다. 머리와 몸 윗면은 흐린 분홍색을 띤 회갈색의 질감 있는 깃털이 비단결처럼 느껴진다. 꼬리 끝부분은 검고 꼬리 끝에는 굵고 선명한 노란색 띠가 형광색처럼 두드러진다. 눈에는 길고 검은 선이 있고 멱은 검은색이다. 첫째 날개깃은 검은색이나 첫째 날개덮깃 윗면의 흰 줄과 날개 끝은 노란색이다.
둘째 날개깃 끝 부분은 흰색이고 끝에 돌출된 붉은 깃털도 형광색처럼 눈에 띈다. 아래꼬리덮깃은 붉은색이고 배는 회갈색이다. 약한 소리로 ‘찌리리리리’ 하고 반복해서 운다.
흔하지 않지만 겨울이면 우리 주변으로 정겹게 다가오는 새다. 스칸디나비아 북부에서 캄차카에 이르는 유라시아대륙 중부, 북미 북서부에서 번식하고, 유럽 중부와 남부, 소아시아, 중국 북부, 북미 중서부에서 월동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진행 이경희, 김응성
'삶의 향기 메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창규의 ‘가족이라는 나무’ (0) | 2018.03.02 |
---|---|
꼰대 공동체와 예수 공동체 (0) | 2018.03.01 |
우리 살아있는 동안에 (0) | 2018.02.26 |
눈 속에 피어나야 제멋 .. 복과 장수의 상징 복수초 (0) | 2018.02.22 |
무자화(無字話) - 부처 (0) | 2018.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