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득의 내가 사랑한 동시
이창규의 ‘가족이라는 나무’
형제자매간 끈끈한 우애와 부모 향한 효심을 시로 노래
형제자매를 가리켜 동기(同氣)라 하고, 형제자매 사이를 동기간(同氣間)이라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깨 내려주는 생명(生命)의 기운(氣運)을 같이 물려받아서 태어난 기운(氣運) 사이라는 말이다. 옛부터
동기(同氣)와 가족(家族)을 하나의 뿌리와 줄기에서 이어진 가지와 잎에 견주어 왔다. 형제자매는 나무
줄기에서 뻗은 가지요, 부모는 나무의 줄기요, 조상은 그 나무의 뿌리라는 비유다.
가족을 한 그루 나무에 비유 가족은 한 몸이면서 또한 다른 가지
시인, ‘우봉거사’로 불리는 불자 ‘우란분경’의 효(孝) 떠올리게 해
어린이 교재의 내용이 되어 왔던 사언(四言) 250구의 시집, ‘천자문’에 ‘동기연지(同氣連枝)’라는 구절이
있다. 동기(同氣)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와 하나의 줄기와 가지에 이어진 가까운 사이라는 글귀다. 이러한
사실에서 ‘효도’와 ‘우애’를 중심한 인류 도덕의 조문이 이루어졌다.
석가모니부처님은 효도(孝道)의 실천(實踐)을 강조하셨다. 효도 실천이 수많은 설화와 법구와 게송으로
경전에 나타나 있다. 석가모니 부처의 효도 실천의 중심은 목련존자(목건련)의 어머니 구하기(木連救母)
설화가 담긴 ‘우란분경’에 들어 있다.
동기(同氣)와 가족(家族)의 관계(關係)를 동심(童心)으로 노래한 동시(童詩) 한 편을 보자.
가족이라는 나무
가족이라는 나무에
예쁜 꽃들이 송이송이
가족이란 나무에 피었다.
검정 꽃
노랑 꽃
하얀 꽃
제 목소리 제 색깔대로
가족이란 한 나무에서 웃는다.
내 꽃
네 꽃
우리 꽃
오순도순
한 집에서
즐겁게 살아간다.
‘이창규 동시선집’, 지식을만드는지식사, 1915
가족을 한 그루 나무에 비유한 것이 이 시(詩)의 내용이다. 가족(家族)이라는 나무에 핀 꽃들이 나와 내
형제와 자매들이다. 그 형제와 자매의 꽃을 제각각 다 다른 색깔로 보고 있다. 검정, 노랑, 하얀 색이다.
물론 이 가족 구성원의 색깔은 실재의 꽃 빛깔은 아니다.
형제 자매라 할지라도 형제나 자매 제각각 마다의 성격, 각각의 재능을 지녔다는 표현일 것이다. 이를
일컬어서 각각의 형제가 한 나무에서 내는 제각각의 목소리, 제각각의 색깔이라 표현했다. “제 목소리
색깔대로/ 한 나무에서 웃는다”는 표현이 아주 좋다. 이렇게 오순도순 즐거움을 누린다고 노래한다.
그 가족나무의 줄기는 아버지 어머니요, 가족나무의 뿌리는 가까운 조상에서부터 아득히 먼 여러 조상
이다. 조상이 뿌리가 돼 주어서 부모라는 줄기가 튼튼하다.
“내 꽃이야” “당신 꽃” “우리 꽃이지” 하고 쓰다듬고 길러주는 분이 부모님이다.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면
너무 많다. 어찌 효도를 않을 수 있으랴. 이 때는 ‘우란분경’의 목련존자(목건련)의 어머니 구하기를 떠올
리게 된다. 신통제일 목련존자는 지옥에 떨어진 제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지옥을 찾아 가기로 하고 석가
모니부처님께 허락을 받는다. 그리고 날아서 지옥문을 넘나든다.
지옥에서 거기서 야차의 쇠망치를 멈추게 하고, 어머니를 구해서 도리천궁으로 보내는 설화경전이 ‘우란
분경’이다. 우란분경에서는 “칠월 보름에 버들잎과 잣나무 가지를 구해 와서 우란분재를 베풀라”고 하였다.
우란분경전의 내용대로 칠월 보름 백중날에는 모든 절마다 우란분재의 불사(佛事)가 행해지는데, 조상의
영혼(靈魂)을 좋은 곳으로 천도(遷途)하는 효도 불사다. 이때에 예문의 시 ‘가족이라는 나무’ 한 편을 공부
하면 공덕이 클 것이다.
작자 이창규(1940~) 시인은 경남 산청 출신으로 우봉(牛峰)거사라 불리고 있다. ‘무지개 다리’(1981) 등
다수의 동시집을 내었으며, 현재 한국불교아동문학회 회장이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28호 / 2018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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