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공양(供養)

장백산-1 2018. 3. 24. 19:29

공양(供養) / 허형만 


이 땅에 꽃 피우지 않는 풀은

한 분도 안 계시니

이 모든 풀꽃의 이름으로 

등을 켭니다


이른 새벽 풀꽃의 품안에 잠이 든 

별과 이슬을 기름으로 

등을 켭니다


풀꽃을 어루만지는 바람, 풀꽃에 

입 맞추는 햇살을 구걸하여

등을 켭니다


대지에 향기를 내뿜지 않는 풀꽃은 한 분도 

안 계시니 이 모든 향기를 정성껏 모아 

등을 켭니다


용서하소서

가난한 제가 드릴 거라곤 오직 이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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