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권의 명상심리로 풀어보는 불교교리
22. 심념처(心念處)의 의미
김재권 교수 승인 2018.06.19 13:40 호수 1444
지금 일어나고 있는 마음 그대로 알아차림이 중요
십이처십팔계오온 연결된 마음 연기적 구조 이해 중요
삼독심 따라 일어나는 마음, 나 또는 나의 것 집착은 착각
‘심념처(心念處, cittānupassanā)'는 신수심법(身受心法) ‘4념처' 중에 마음에 대한 관찰과 알아차림을 확립하는 수행법이다. ‘심념처’는 이전단계의 ‘신념처’의 입출식념이나 ‘수념처’의 가장 원초적인 심리현상인 느낌이나 감각 등에 대한 관찰과 알아차림을 토대로, 마음에서 일어나는 제1차적 심리현상이나 제2차적 인식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더욱 진전된 형태의 심리적 수행법이다. 이때 ‘심념처’의 수행은 마음이 주동이 되어, 6문(=6근)을 쫓아 12처와 18계, 그리고 5온 등으로 전개되는 인식의 구조나 그 작동원리에 대한 그 연기적(緣起的)인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법구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마음이 모든 법들에 앞서 가고, 마음이 그들의 주인이며, 마음으로 모든 행위가 이루어진다. 만약 나쁜 마음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면, 수레바퀴가 소의 발자국을 따르듯이, 나쁜 마음으로 말하고 행동한 그 행위로 말미암아 고통이 그 행위를 따른다.” 한편 ‘잡아함경’에서는 마음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무엇에 의해 세상은 인도되고 무엇에 의해 세상은 끌려 다닙니까? 혹은 어떤 하나의 법에 의해서 이 세상 모든 것은 지배됩니까? 마음에 의해 세상은 인도되고 마음에 의해 세상은 끌려 다닌다. 마음이라는 법(法) 하나에 의해 이 세상 모든 것이 지배되는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마음이라는 법(法)은 모든 법(法)들에 앞서가고, 마음이라는 법(法)에 나쁜 의도가 개입되면 고통이 뒤따른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세상은 마음이라는 법(法)에 의해 인도되고, 이 세상 모든 법(法, 것)은 마음이라는 법(法)에 의해 지배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이라는 법(法)에 대한 설명방식은 초기불교의 유심론적인 경향을 시사한다. 요컨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마음이라는 법(法)은 교리적으로는 ‘일체는 12처・18계・5온이다’는 등으로 설명하는 ‘존재와 인식’의 그 연기적 구조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는 마음이라는 법(法)이 5문(안이비설신)을 쫓아, 5문 각각의 대상(경계, 색성향미촉)을 따라 12처와 18계로, 그리고 근・경・식의 세 가지가 만나는 촉(觸)을 거쳐 5온 등으로 전개되는 역동적인 연기구조(緣起構造)를 나타낸다.
특히 이러한 심리적 현상들과 심리적 연기구조를 수행의 과정에서는 사유를 통한 인식이 아닌 생겨나는 심리현상을 있는 그대로 실재하는 심리현상 그 자체로 관찰하고, 알아차림을 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마음은 ‘탐욕・성냄・어리석음’이라는 삼독심으로 인해 습관적으로 몸과 느낌에 대한 일차적인 심리현상에 대해 ‘나와 나의 것’이라는 이차적인 조건화반응(자동화사고)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만약 수행자가 심리적인 현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지 못하면 ‘불쾌하거나 혹은 화가난다’ 등의 부정적 정서(제1차)에서 더욱 부정적인 형태의 생각이나 인식판단(자동화사고) 등으로 전개되기 마련이다.
‘대념처경’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비구들이여, 탐욕이 있는 마음을 탐욕이 있는 마음이라고 바르게 알며, 탐욕이 없는 마음을 탐욕이 없는 마음이라고 바르게 안다. 자유롭게 되지 않은 마음을 자유롭게 되지 않은 마음이라고 바르게 안다. 이와 같이 그는 안으로 마음에서 마음을 관찰하며 지내고, 밖으로 마음에서 마음을 관찰하며 지내며, 또 안팎으로 마음에서 마음을 관찰하며 지낸다. 그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며 지내고, 마음에서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하며 지내며, 또한 마음에서 동시에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하며 지낸다. ‘이것이 마음이다’라는 알아차림은 그에게 확립된다.”
결국 ‘심념처’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림 하는 것이 요체이다. 단지 마음을 생겨나는 그대로 혹은 있는 그대로 주시하고 알아차리면, 불쾌하거나 화가 나는 감정 등도 누그러지거나 사라질 것이요. 나아가 불쾌하거나 화가 나는 감정을 습관적으로 자기와 동일시하는 생각이나 인식, 즉 부정적인 자동화 사고 등도 ‘심념처’ 수행이 점차 진점됨에 따라 마음의 현상과 그 본성에 대한 반복적인 관찰과 분명한 알아차림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44호 / 2018년 6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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