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극락과 지옥이 있나요, 없나요?

장백산-1 2018. 8. 13. 12:48

   - 법륜스님 즉문즉설 -

 

"스님들께서 법문하실 때 보면 공통되지 않은 말씀을 하실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스님은 극락과 지옥이 따로 실제로 있다고 하고 어떤 스님은 극락과 지옥은 마음에 있다고 하고.. 그래서 헷갈립니다. 어떤 말이 옳은지요? "

 


저 인도에 불가촉천민들이 사는 동네는 매우 열악합니다. 주민들은 글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고 학교도 없고 결핵환자도 굉장히 많고 온갖 질병에 시달립니다. 집안에 들어가 보면 걸레같은 옷 한두 개밖에 없고 하루 세 끼 제대로 챙겨 먹는 사람도 없어 영양실조 상태입니다. 집은 우리 초가집엔 비교도 안 되고 그저 움막처럼 해놓고 삽니다.


그런데 그 동네 살던 아이가 우리나라에 와 보면 어떻겠어요? 서울시내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거리를 다녀 본다면 인도가 좋아요 여기가 좋아요? 여기가 좋겠죠? 음식 풍부하고, 결핵환자 치료 못받고 그런 거 없고 더운 물 찬 물 다 나오고, 대변 소변 보고 착 누르면 싹 없어지고.. 얼마나 좋아요?  '야~ 천국이 따로 없구나 여기가 천국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겁니다.
그래서 지금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각국의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돈벌러 오잖습니까?
한국에 오는 게 꿈이예요. 수백만 원씩 웃돈을 얹어주고서라도 오려고 애씁니다.

인도에 불가촉천민들이 사는 동네에 비하면 여기 서울은 그야말로 천국같은 세상입니다. 그 동네 밖으로 안 나가본 사람은'에이 그런 세상이 어딨나?' 하지만 와 보니까 그런 세상이 있어요 없어요? 있죠?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는 이 세상보다 더 좋은 세상도 있습니다. 안 가보고 '없다' 하지, 가 보면 있다 이 말입니다.

그런데 그 인도 아이가 여기 와서 살면서 1년 2년.. 10년 20년.. 여기서 생활하면서.. 나이가 들면서 고향이 그리울까요 안 그리울까요? 또 아파트에서 살고, 차도 몰고 다니고 하지마는, 너무 각박하잖아요? 그래서 고향에서 다 떨어진 이불에 발 쭈욱 넣어가지고 일곱 여덟 식구가 잤지마는 그래도 그 형제들이 그립고, 그 고향산천이 그립고, 거기서 먹던 음식이 그립고.. 여기서 시간에 쫓기며 톱니바퀴처럼 사는 거 지쳤다.. 이겁니다. '이게 사는 게 아니다' 이렇게 한 생각 딱 바뀌면 거꾸로 이젠 서울 여기 힘든 생활이 지옥이고, 어렸을 때 놀던 인도 고향의 모래사장하며 그 고향이 천국같은 겁니다.


천당과 지옥이 분명히 따로 존재한다고 앞에서 말했지만 자, 이렇게 되면 천당과 지옥이 따로 있다고 말할 수 없죠? 지가 좋으면 천당입니다. 그래서 천당이 따로 있다는 말도 일리가 있고 천당도 지옥도 다 마음에 있다는 말도 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이게 현실인데 '천당과 지옥이 있든지 없든지 둘 중에 하나로, 무 짜르듯 대답하시오' 이것 자체가 분별심입니다.

누가 부처님께 이렇게 물었습니다. '서울 가려면 어디로 갑니까?' '동쪽으로 가라.'
그래서 듣는 사람이 '아 서울은 동쪽으로 가는구나'라고 정답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또 누가 와서 부처님께 물었어요. '서울 가려면 어디로 갑니까?' '서쪽으로 가라.'
어 헷갈려.. 아깐 분명히 동쪽으로 가라고 그러시더니, 왜 서쪽으로 가라 하실까?
그런데 앞에 사람은 인천사람이고, 뒤에 사람은 춘천사람이 물었단 말입니다. 서울로 가려면 
인천 사람은 동쪽으로 가야하고 춘천 사람은 서쪽으로 가야 합니다. 이게 진리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동쪽이면 동쪽이고 서쪽이면 서쪽이지, 왜 이랬다 저랬다 하느냐..
교회가면, 하나님만 믿고 요렇게만 하면 된다는데 불교는 부처님도 있고 관세음보살도 있고 아미타불도 있고 

지장보살도 있고.. 경전도 많아  이거 봐라 저거 봐라.. 왜 이렇게 많고 복잡하냐?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인천사람에겐 서울 가는 길이 동쪽이지만 춘천사람에겐 서쪽이고.. 이게 진리입니다. 사람들은  자꾸 뭘 '정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렇게 정하는 건 분별심(分別心)이자 환상(幻想)이기에 자연스러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84,000 법문을 뭐라고 합니까? 방편설(方便說)이다 이러죠? 그래서 경을 읽을 땐 질문한 사람이 어떤 처지의 사람이 이런 질문을 했는지.. 그래서 부처님께서 어디로 인도하려고 방편의 말씀을 하셨는지, 이 요지.. 요지만 딱 파악을 하면 동쪽으로 가라 하든 서쪽으로 가라 하든, 남쪽으로 가라 하든 북쪽으러 가라 하든.. 아무 문제 없어요.

우리나리의 가장 위대한 스승이신 원효대사께서 당시 열 가지 종파가, 이게 옳으니 저게 옳으니 다투고 있을 때
각 종파의 요점, 이걸 '종요(宗要)'라고 하는데 각 종요들을 딱 뽑아 보니까 각자 동으로 가라 서로 가라 하지만, 

다 서울로 가라는 얘기, 다 성불하라는 얘기더라.. 다 깨쳐서 성불하라는 얘기예요. 그러니 이건 서로 다툴 이유가 

없다.. 근본을 알고보면 사실 싸울 이유가 없다.. 그래서 '십문화쟁론'이라는 유명한 글을 쓰셨습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도 이런 화쟁(和諍)의 지혜를 살려야지만 남북 통일 원리도 되고, 정치에 여야가 화합하는 길도 되고, 여러가지 

종교가 화합하는 길도 나오고, 부부가 화합하는 길도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가릅니다. 각자  분별심으로..

인도에 비해서 한국이 '좋은 나라다, 잘 사는 나라다' 그래 생각하죠? 그래 말해도 돼요. 틀린 말 아녜요.
그러나 사람에 따라.. 다 그런 건 아녜요. 시골보단 도시가, 서울이 더 좋다고들 하죠? 그런데 사람에 따라선, 

서울 버리고 시골로 가는 사람도 있잖습니까? 술 좋아하는 사람은, 극락에 가서 술 한 잔도 못 먹으면 좋아요 

안 좋아요? 그러니까 사람들마다 각각 제 (業)따라 그 사람의 세계가 펼쳐지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을 떠나서 

양단(兩斷)으로, 우리 마음을 떠나서 양단으로 '이거다 저거다'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 우리 마음이 

짓는 바이다'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