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즉시색 색즉시공의 도리 / 월호 스님
본지풍광(本地風光)이라는 말은 본래면목(本來面目) 자리를 말한다.
자신의 본래면목 자리, 본마음 자리, 참 나(眞我) 자리 이 자리를 밝히지
못한다면 진리의 문을 어떻게 뚫을 것인가?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는 표현이『반야심경 』에 있다.
물질은 곧 공(空)한 것이고, 공(空)이라는 것은 곧 물질이다. 그래서 모든 것이 텅~비었다,
모든 것이 없다, 단멸한다, 이런 식으로만 한결같이 주장한다면, 그것은 색즉시공(色卽是空)
에만 철저한 것이다. 이른바 공(空)에 떨어진 것이다.
모든 것이 텅~ 비어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텅~비어 있기 때문에 어떤 무엇으로든 채울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공즉시색(空卽是色)의 이치이다.
공즉시색(空卽是色)을 말하지 않고 아무것도 없다, 텅 비었다, 하면서
단멸(斷滅)만을 말한다면 그것은 단멸론에 빠진 것이다.
불교는 중도설(中道說)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상주(常住)하는 것만도 아니고 단멸하는 것만도 아니다.
다시 말해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변하지 않는 고정된 실체가 없다. 그렇다고
고정된 실체가 없다고 해서 아주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현상(現像)은 있다.
다시 말해서 이 세상 모든 것은 '고정된 실체가 없다.' 이것이 바로 색즉시공(色卽是空)의 소식이고,
이 세상 모든 것은 고정된 실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변화하고 있는 현상은 있다.' 이것이
공즉시색(空卽是色)의 도리다.
출처: 〈할! 바람도 없는데 물결이 일어났도다 〉
월호 스님의 선가귀감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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