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지나가도 그 소리를 남기지 않는다
風來疎竹,風過而竹不留聲.雁度寒潭,雁去而潭不留影.
풍래소죽,풍과이죽불류성.안도한담,안거이담불류영.
故君子,事來而心始現,事去而心隨空.
고군자,사래이심시현,사거이심수공.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지나가면 그 소리를 남기지 않고,
기러기가 고요한 연못위를 날아가도 기러기가 지나가고 나면 연못에
그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군자 또한 일이 생기면 비로소 마음이 일어나고
그 일이 지나가고 나면 마음도 따라서 텅~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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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은 무엇이든 소유하기를 원한다. 눈을 즐겁게 해 주는 것, 귀를 즐겁게 해 주는 것,
코를 즐겁게 해주는 것, 혀를 즐겁게 해주는 것, 피부를 즐겁게 해주는 것, 마음을 즐겁게 해
주는 것을 남들의 것이기보다는 우리 것으로, 그리고 우리 것이기보다는 내 것이기를 바란다.
나아가서는 내가 가진 그것들이 유일한 것이기를 바란다.
사람들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기 위하여 소유하기를 원한다고 거리낌 없이 말한다.
이것은 얼마나 맹목적인 욕구이며 맹목적인 소유인가?
보라! 모든 강의 물이 흘러 흘러 바다로 들어가면 강의 물이 보이지 않듯이,
사람들은 세월이라는 강물에 떠밀려 죽음이라는 바다로 들어가면 보이지 않는다.
마음을 즐겁게 해 주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소유한다는 것은 머물러 있음을 의미한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어느 한 사람만의 소유가 아니었을 때 이 세상 모든 것은 살아 숨 쉬며
모든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이다.
자연(自然)을 보라. 바람이 사이가 넓은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그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소리를 남기지 않듯이, 자연은 그렇게 떠나보내며 산다. 하찮은 일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지나간 일들에 미련한 허망한 집착을 하지 말라. 그대를 스치고 지나는 것들을 반기고
그것들이 그대를 찾아와 잠시 머무는 시간을 환영하라. 그리고 그대 가슴을 비워두라.
언제 그대 가슴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 채근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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