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박현수(1966~ )
손아귀를
가만히 오므린다
다음에는
하느님이 떨어질 차례란 듯이
단풍나무 아래 수북이 쌓인 붉은 잎들은 닭발 같은데, 시인에게는 그게 불꽃으로 보였나 보다. 자연은 참 많은 은유를 선사해준다. 생명은 뜨거운 것이어서 단풍잎은 떨어져서도 여전히 화끈거리는 듯한데, 시인은 이제 말라 오그라드는 잎 모양을 또 오므린 손아귀에 빗댄다. 오므린 손은 받아 모셔야 할 것이 있다. 이제 모든 걸 짓고 기른 분이 오신다고. 가을의 하느님은 마르고 늙고 지쳐서 편히 쉴 데가 좀 있어야 한다고.
<이영광 · 시인 · 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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