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그 겨울의 시

장백산-1 2018. 12. 25. 10:03

그 겨울의 시 - -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 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 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 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 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  흘리다가


눈 산의 새끼노루 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