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나 목 (裸木)

장백산-1 2018. 12. 29. 16:41

나 목 (裸木)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에

사람들은 한겹 두겹 두꺼운 옷을 꺼내 입을 때

나는 오히려 입고 있던 옷들을 하나 둘 벗어야만 했다


야속한 바람은 나더러 빨리 벗지 않는다고

내 몸을 마구마구 계속 흔들어 댔다


나는 이제 벌거벗은 몸으로

찬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긴 겨울을 견뎌내야만 한다


그러나 나는 늘 그렇게 살아왔지

찬바람과 눈보라의 추위에 떨면서도

내년 봄에 다시 입을

예쁜 옷감을 짤 실을 만들면서

묵묵히 그 긴 추운 겨울을 견디어 왔지


내 다시 내가 입을 옷의 실을 만들리라

추위에 시린 손 호 호 호 호 불며

늘 그랬듯이 한올 한올 실을 만들리라.


글 / 江月 이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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