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법(萬法)은 인연(因緣)으로 말미암을 뿐이다
<질문 >
여러 해 동안 이 마음공부를 하면서 드는 생각이, 만법(萬法)이 인연(因緣)으로 말미암을 뿐이라면 · · · ·
< 답변 >
만법(萬法), 제법(諸法), 즉 이 세상 모든 것, 우주삼라만상만물, 물질적 정신적인 모든 현상(것, 존재, 法,
대상, 경계)가 전부 다 인연(因緣)으로 말미암을 뿐이라는 그 말의 깊은 뜻은,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에서 생각할 때에 생각을 하는 주체(主體)가 없다는 말이요. 어떤 생각을 지어내는 사람이 없다는 거요.
이 말의 뜻을 깊이 참구하시오. 생각을 하는 자도 없고 생각을 하게 하는 자도 없소. 이 세상 모든 것, 만법
은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 즉 인연 따라 생겨났다 그 인연이 다하면 사라져버리는 허깨비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이 세상에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주재하는 자 주재자(主宰者)가 없소. 이 세상 모든 것, 만법을 짓는
자도 없고 만법을 받는 자도 없다는 뜻이오.
'만법이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이라는 말속에 이와 같은 모든 뜻이 포함되어 있는 거요. 만법이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이라는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소. 그런데 이 말을 깊이 참구하지 않고 그저 저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쯤으로 알아듣는다는 말이요. 즉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이라는 말을 지금 여기 있는 ‘내’가
듣고, ‘이 세상 모든 것, 만법은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 주재자가 없다’고 이해해서 한 토막 지견으로만 기억
해 머리 속에 넣고 다닌다면 거기에 무슨 공덕이 있겠소? 그런 지견(知見)은 단지 그저 남들한테 그럴싸한
소리쯤으로 되뇌이고 있는 거요. 깨닫는가 깨닫지 못하는가의 유일한 열쇠인 '이 세상 모든 것은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因緣生 因緣滅하는 緣起的인 존재일 뿐)'이라는 이 말의 깊은 뜻을 사무쳐서 그 바닥을 꿰뚫어
마칠 생각은 안 하고, '이 세상 모든 것, 만법은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이라는 말만 들어 말 뜻의 핵심은
모르고 말 뜻의 껍데기만 배워 알고 있는 거요.
지금 여기 있는 만법, 이 세상 모든 것 이대로 진리(眞理 : 道, 깨달음, 부처, 法, 마음, 禪, 본래의 나) 아님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거요. 여러 해 동안 마음공부를 하며 깨닫기 위해 애쓰고 추구하고 그랬다는
말을 하는데, 지금 여기 있는 만법, 이 세상 모든 것 이대로 전부가 다 진리(眞理)라면 더 이상 무엇을 또
추구할 것이 있겠소? 결국 진리(眞理)를 추구하는 모든 행위도 전부가 다 진리(眞理)의 나툼인 거요.
그러니 머리를 생각을 이리 저리 굴려 궁리하고 따지고 천착해서 알아낸 그 내용이 아무리 대단하고 오묘한
것일지라도 알아낸 그 내용은 전혀 중요치 않소. 머리를 굴려 알아낸 내용은 그저 인연으로 말미암아 잠시
잠깐 생겨났다 곧바로 사라지는 허깨비 같은 것으로, 여러분의 깨달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그림자 메아리
같은 고정된 실체가 없는 거요. 그저 내용을 알아낸 그 전 과정에서 누가 무엇이 그렇게 하고 있는가를 고요
하게 잠잠히 살펴볼 줄 아는 마음이라야 성숙한 마음,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소.
무명(無明)의 수렁에 빠져서 허우적대며 사는 것도 진리(眞理)요. 깊은 산속에 들어가 맑고 고요한 경지를
추구하며 사는 것도 진리(眞理)요. 마음 속에 범성(凡聖)의 자취, 즉 평범한 사람과 성인을 분별하는 마음
(분별심)을 쓸어낸 사람만이 이 세상 모든 모습, 만법을 평등하게 볼 수 있는 그것이 곧 깨달음, 진리의 다른
말이오. 나 자신을 범부로 치부해버리고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성인의 경지를 향해 헐떡거리며 추구하는
동안은 깨달음(진리, 道, 부처, 法, 마음, 禪, 본래의 나)는 있을 수가 없는 거요.
그래서 ‘내’가 누군가를 닮고 싶고, 무언가에 도달하고 싶고, 궁극적으로 깨달은 자가 되고 싶은, 그러한
분별하는 마음이나 생각이 있는 사람은 구도자가 아니오.
- 현정선원 대우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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