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송희영 당시 조선일보 주필과 대우조선해양의 유착 관계가 폭로돼 언론과 재계의 검은 거래가 또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 사건은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송 전 주필은 접대골프, 초호화 해외여행 등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그런데 송 전 주필과 대우조선해양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있었다. 바로 홍보대행사 뉴스컴의 박수환 대표였다. 그는 언론과 기업을 연결하는 ‘로비스트’였다. 뉴스타파는 지난 수개월간 언론과 기업의 부적절한 공생관계를 취재해 왔다. 그 과정에서 둘 사이의 관계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방대한 자료를 입수했다. 바로 ‘로비스트’ 박수환의 휴대폰 문자 파일이다. 2013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박수환의 휴대폰에 저장됐던 것으로 총 2만 9534건에 달한다. 문자의 상당부분은 사적인 내용이거나 회사업무와 관련된 것이었다. 하지만 일부 문자에서 언론과 기업의 부적절한 공생,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흔적들이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박수환 문자에 등장하는 언론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민낯을 연속보도한다. <편집자 주> |
뉴스타파가 입수한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 파일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수환에게 언론 동향을 보고 받는 등 사실상 정치 컨설팅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또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우 전 수석에게 비판적인 사설을 뺐다는 내용도 확인됐다.
지난 2016년 8월, 정국을 강타한 박수환 게이트 당시 박수환 뉴스컴 대표와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 그리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한팀으로 움직여, ‘대우조선해양 비리 수사’와 ‘효성 형제의 난’ 관련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뉴스타파가 박수환 문자를 분석한 결과 실제 박 대표와 우 전 수석은 수시로 문자를 주고받았던 관계였음이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우병우 전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박수환 문자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우 전 수석은 “박수환 대표와는 조현문 효성 사장을 법률대리하면서 알게 된 사람으로 나와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다”, “박수환이 보낸 문자에 예의상 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효성 사건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청와대 근무 시절 조현문과 박수환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방송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 전 수석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에 “집이든 어디든 간에 있겠죠”라며 답을 피했고, “뵙고 싶다”는 말에는 “조용히 재판이나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한숨을 쉬거나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우병우 전 수석은 박근혜 국정농단 방조와 불법 사찰 등의 혐의로 2심 재판을 받던 도중인 지난 1월 3일 구속 기한 만료로 석방됐다.
박수환, 우병우에게 언론동향 보고하고 대응방안 조언했다
박수환 문자 파일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박수환 뉴스컴 대표가 주고 받은 문자 112건이 확인됐다. 문자를 주고받은 시기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5월까지다. 문자를 처음 주고 받은 시기는 막 검찰을 나온 우병우 당시 변호사가 효성 일가의 둘째 조현문 사장을 변호할 때였다. 조현문 사장의 홍보대행을 맡았던 박수환과 법률대리인 우병우가 함께 효성 사건에 대응한 것이다.
우병우 변호사가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 또 2015년 1월 민정수석이 된 이후에도 두 사람의 문자는 지속됐다. 우병우 전 수석이 여론의 도마에 오를때마다 문자를 주고 받았다.
2014년 8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당시 우병우 민정비서관의 재산은 423억 원이었다. 이에 박수환은 우병우에게 “몸을 극도로 낮추라”, “누굴 만나면 무조건 돈 내라”고 문자로 조언했다. 사실상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의 정보원, 또는 정치 컨설턴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다.
우병우는 억울하다며 답장을 보냈다.
박수환 문자에선,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자신의 재산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한 내용의 문자도 나왔다.
우 전 수석이 문자에서 언급한 그 ‘누구’란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장인의 좌익경력을 문제삼는 다른 후보의 공세에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합니까, 그렇게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이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이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라고 말한 바 있다.
우 전 수석은 지난 2009년 4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과장으로서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 책임자였다.
박수환 대표는 ‘정윤회 문건’ 파문 직후인 2014년 12월에도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문자를 보냈다. 최순실의 남편 정윤회가 청와대의 핵심 인사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는 문건이 공개돼 연말 정국을 강타했을 때였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문건 유출 경위’를 수사하라고 지시하며 사태를 외면했다. 당시 우병우가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서 이 사건을 지휘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15년 1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우병우 민정비서관을 민정수석에 임명한 당일에도 박수환은 우병우에게 문자로 축하 인사와 함께 조언을 보냈다. 우병우를 위한 언론 동향 보고까지 약속했다. 실제로 우 전 수석의 민정수석 임명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가자 그 배경을 조사했다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박수환 “송희영이 우병우 비판 사설 킬했다”고 우병우에 보고
우병우 전 수석과 박수환 대표가 주고받은 문자엔 “기사를 킬했다(뺐다)”, “검사와 면담을 잡겠다”는 등 민감한 내용도 있었다.
2014년 5월, 당시 정치권과 언론계에선 우병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경력을 문제삼아 민정비서관 발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이 즈음 박수환 대표가 ‘조선일보 기사를 뺐다’는 내용의 문자를 우병우에게 보낸 사실이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에서 확인됐다.
문자를 받은 직후 우병우 전 수석은 기사를 빼준 조선일보 기자가 누구인지를 박수환 대표에게 물었고, 박수환은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라고 답했다.
이른바 효성그룹 ‘형제의 난’과 관련한 내용도 박수환 문자에 나온다. 박수환 대표가 조현문 사장에게 보낸 문자에서 우병우 전 수석의 이름이 등장했다.
이 문자에 나온 고발 사건은 지난 2014년 6월, 조현문이 효성 계열사인 주식회사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주식회사 신동진의 대표 최 모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사건이다. 겉으로는 회삿돈을 빼돌리고 회사에 피해를 입힌 것을 문제삼는 고발이었지만, 사실은 이들 회사의 실질적 소유주인 형 조현준 사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박수환은 조현문에게 민정수석이던 우병우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박수환 대표가 조현문 사장에게 우병우 민정수석을 만나라고 권유하고 두달 뒤, 효성 계열사 대표 고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에서 특수4부에 재배당 됐다. 당시 특수부를 관할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우병우의 서울대 법대 동기인 최윤수 검사였다. 그는 이른바 우병우 라인의 핵심 인사였다. 당시 최윤수 3차장은 기자들에게 "업무분담 차원에서 특수부로 넘긴 것이고 새롭게 수사에 착수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수환이 삭제한 문자 중에서 눈에 띄는 문자가 확인됐다.
문자 발송일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효성 사건과 관련된 내용으로 추정된다.
우병우 첫 육성 인터뷰, “박수환과는 아무 관계 없다”
우병우 전 수석은 “뉴스타파든, 어디 언론이든 일체 답을 안 한다”면서도 뉴스타파 취재진의 질문에 20분 가량 답했다. 인터뷰 과정에서 “되게 짜증 나는 부분”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고, “절대 팩트가 아니다”며 강하게 의혹을 부인하기도 했다. 또 “웬만하면 잊어버리고 조용히 살고 싶다”, “조용히 재판이나 받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취재 : 한상진, 홍여진, 강민수, 강현석
연출 : 신동윤, 박경현
촬영 : 최형석
편집 : 윤석민
CG : 정동우
디자인 : 이도현
음성대역 : 전숙경, 남유경, 윤동기
강민수 기자 cominso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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