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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소리를 듣는가?

장백산-1 2019. 2. 20. 11:55

무엇이 소리를 듣는가?



사람들은 소리를 들을 때 습관적으로 '내가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합니다. 소리를 듣는 내가 있기 


때문에, 내 귀로 내 바깥에서 들여오는 소리를 내가 듣는다고 여깁니다. 정말로 '내가' 있어서 내가 


소리를 듣는 것이 확실하게 맞을까요? 



만약 '내가' 있어서 내가 소리를 듣는 것이 정말 확실하게 맞다면, 어떤 소리가 들릴 때 그 소리가 


내가 듣고 싶은 소리가 아닐 때는 내 마음대로 듣기 싫은 그 소리를 듣지 않을 수도 있어야만 합니다. 


'내가' 있으니까 내가 내  마음대로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듣지 않을 수도 있어야만 합니다. 


소리를 '내가' 듣는다면, 소리가 들려올 때, 내가 내 마음대로 소리를 안 들을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소리가 나면, 사람들은 그 소리가 듣기 싫은 소리일지라도  저절로 듣게 됩니다. '내가' 있어서 


내가 내 마음대로 좋아하는 소리 싫어하는 소리를 골라서 듣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리를 저절로 


듣게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소리를 듣는 주체인 '나'를 내세울 수 없기 때문에 소리를 저절로 듣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무아(無我), 즉 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소리를 저절로 듣게 되는 겁니다. 



이처럼 소리를 내가 듣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듣게 되는 거라면 무엇이 소리를 듣는 것일까요? 


소리를 듣는 것이 뭔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소리가 들려오면, 자연스럽게 저절로 소리를 듣는 


작용을 하는 뭔가가 확실히 분명하게 있다는 사실입니다. 확실히 분명하게 있어서 자연스럽게 저절로 


소리를 듣는 작용을 하는 뭔지 모르는 그놈, 바로 소리를 저절로 '듣는 그놈', 소리를 저절로 '듣는 작용'


을 하는 '그놈'을  깨달은 사람들이 자성(自性), 불성(佛性), 본래면목(本來面目), 본래의 나, 道, 진리, 


法, 부처, 깨달음, 본성, 근본성품, 여래, 텅~빈 바탕자리,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의 현전, 목전(目前),


하나의 진리의 세계 등의 이름을 방편으로 '그놈'에게 지어붙여 그 방편을 사용해서 '그놈'을 보라고


가리키고 있는 것입니다. 손가락이라는 방편을 사용해서 달을 보라고 달을 가리키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소리를 들을 때는 그냥 들을 뿐! 소리를 상대로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하지 않는다면, 


저절로 소리를 듣는 작용을 하는 뭔지 모르는 '그놈'은 영원히 텅~비어서 청정(淸淨)합니다. 


'그놈'은 불생불멸(不生不滅), 상주불멸(常住不滅), 무시무종(無始無終), 영원한 생명이기에


절대로 더렵혀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절로 소리를 듣게 되자 마자 그 소리가 어떤 소리라고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하지 않고, 


그 소리에 의미를 부여해서 취사간택하지 않으면, 뭔지 모르는 '그놈'이 듣는 것이 됩니다.



사물을 볼 때, 냄새 맡을 때, 맛을 볼 때, 촉감을 느낄 때, 생각을 할 때도 소리를 들을 때와 같습니다.



-법상 스님-  2019.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