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1운동 100돌, 여전히 절실한 민주주의와 평화
입력 2019.03.01. 18:56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1일, 서울 광화문광장의 정부 기념식을 비롯해 전국에서 각계의 기념행사가 다채롭게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우리가 주도하는 미래 100년의 큰 밑그림을 담은 ‘신한반도체제’의 구상을 제시했다. 그 핵심인 ‘평화협력공동체’와 ‘경제협력공동체’는 큰 방향에서 3·1운동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것이라 평가할 만하다.
100년 전 3·1운동은 당시 한반도 인구의 10%인 200여만명이 참가한, 규모 면에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사건이었다. 7500여명이 살해되고 1만6000여명이 다쳤으며, 4만6000여명이 체포·구금됐다. 그러나 3·1운동을 진정 빛나게 하는 것은 그 감연한 희생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독립을 넘어 민주주의와 세계 평화의 가치 실현을 선언한 인류 정신사의 일대 사건이라는 데 있다. 그 정신은 대한민국임시정부 헌법 전문뿐 아니라 지금의 헌법 전문 첫 문장에도 뚜렷이 새겨져 있다.
‘독립선언서’에는 오늘날 읽더라도 놀라울 만큼 근대의 정신적 이상과 가치가 오롯이 담겨 있다. 일본 제국주의나 조선의 군주가 아닌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명시하고 있고, 민족 독립의 의미를 동양을 넘어선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이룰 발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종교 지도자들과 지식인들에 의해 쓰였지만, 3·1운동의 실질적 주역인 민중들은 그 정신을 각자의 다양한 생각과 동기에 담아 “대한 독립 만세”로 표현했다. 운동의 전개와 확산 과정도 민주적이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동안 그 정신을 제대로 기리지 못하고 그저 거리 만세운동을 형식적으로 재현하는 정도에 그쳐온 게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정신적 뿌리를 스스로 박제화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식민지 민중의 저항운동을 기리는 날 거리에서 미국 국기를 흔드는 기이한 풍경이 반복해서 연출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다고만 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많은 중대 과제들도 3·1운동 정신을 되새기도록 요구하고 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망언을 쏟아내는 등 민주적 가치를 부정하는 행위나 난민과 소수자를 혐오하는 행위는 3·1운동 정신에 정확히 반한다. 무엇보다 분단체제와 이에 따른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정세 불안은 식민지 피지배자로서 세계 평화를 염원했던 100년 전 선조들의 높은 이상과 의지를 숙연하게 떠올리도록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미래지향적인 친일 잔재 청산”을 중요하게 강조했다. 주요 국면마다 우리 현대사를 퇴행시키고, 3·1운동 정신을 미완의 상태에 머물게 한 장본인이 친일 잔재 세력이라는 점에서 매우 적절한 언급이다. ‘신한반도체제’의 새로운 100년을 향해 나아가려면 친일 잔재 청산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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