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진실인 당처, 지금 여기로 존재하기 - - 법상 스님
어떤 특정한 일에 집착해서 그 일에 얽매여서 괴로워할 때, 어떻게 하면 그 괴로움에서 풀려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특정한 일에 대해 집착하는 생각 마음을 놓아버릴 수 있고, 어떻게 하면 그 집착심 때문에 괴로워 하는 마음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생각이 만들어 낸 가짜, 허상(虛想)인 꿈, 허깨비, 물거품, 환영(幻影, 그림자), 이슬, 번개와 같은 가상세계(假想世界, virtual reality)라는 집 그 속에서 허망하게 살지 않고, 생생한 진짜의 삶을 사는 것이 분별심과 집착심 때문에 괴로워 하는 것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생생한 진짜의 삶을 사는 것, 즉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텅~빈 바탕자리에서 매 순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 보고, 촉감을 느끼고, 모든 현상(존재, 것)을 분별해서 아는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있기만 하면 그 분별하는 마음과 집착하는 마음 때문에 고통받는 문제가 해결됩니다.
생각해서 아는 것, 즉 사물을 보자마자 해석해서 아는 거, 소리를 듣자마자 헤아려서 아는 거, 냄새를 맡자마자 분별해서 아는 거, 맛을 보자마자 분별해서 아느 거, 감촉을 하자마자 분별해서 아는 거, 마음으로 생각으로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분별해서 아는 거는 전부가 다 분별심이고 현재의식이며 식(識), 인식(認識)이라는 알음알이, 이미지, 그림, 개념, 관념이라는 고정된 실체가 없는 상(相)일 뿐입니다.
사물, 소리, 냄새, 맛, 촉감, 생각을 분별하기 이전에 보는 성품, 해석하기 이전의 '순수한 성품, 그것'은 전혀 사물, 소리, 냄새, 맛, 촉감, 생각이라는 대상 경계에 오염되지 않고, 그런 대상 경계에 집착하지도 않고, 무시무종(無始無終)으로 불생불멸(不生不滅)로 언제나 영원히 생생하게 작용을 합니다. 바로 이 무시무종으로 영원히 언제나 어디에서나 생생하게 작용을 하는 '순수한 성품, 이것'이 바로 눈앞, 목전(目全), 당처(當處)라는 이름의 방편(方便)이 가리키는 '진짜', '실재(實在)', 실체(實體)로서 '이것' 만이 진실(眞實)이고, 실재(實在)이고, 진짜 입니다. 온통 가짜에 매달리고 그 가짜에 구속당해서 허망하게 사는 사람들을 해방시켜 주는 '이것'이 이 세상의 본질, 근원, 근본인 '진짜, 실재(實在), 진실(眞實)입니다. '이것'만이 모든 분별로 인한 집착과 그로 인한 괴로움으로부터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 주는 열쇠입니다.
매 순간순간 눈앞, 목전, 당처,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의 현전, 텅~빈 바탕자리, '이것'에 계십시요. 생각이 대상 경계에 끌려갈 때, 그것을 곧바로 알아차리고, 생각은 실체가 없는 허망한 환상일 뿐임을 깨닫게 되면, 곧바로 실체가 없는 허망한 그 생각이 일어나는 자리, 눈앞, 목전(目前), 당처(當處),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의 현전, 텅~빈 바탕자리, 진리, 실재, 진실, 당처(當處)에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고정된 실체가 없는 모든 생각, 개념, 관념, 이미지, 그림, 상(相), 괴로움, 미움, 화 등 그 모든 감정적인 동요와 고통들은 그냥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라는 텅~빈 바탕자리 이 자리, '이것'에서는 벌건 화로에 떨어지는 눈 처럼 곧바로 녹아버립니다. 매 순간 생각에 집착해서 생각을 따라 가지 말고, 허상(虛想)이고 가짜인 생각의 내용물과 모양, 이미지, 상(相), 개념, 관념을 따라가지 말고, 눈앞, 목전, 당처,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텅~빈 바탕자리, '이것'이 즉바로 해석하지 않고 생생하게 아는 성품, 생생하게 보는 성품입니다.
'이것'은 뭘 이렇게 저렇게 어떻게 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영원히 그냥 있는 것이고,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를 있는 그대로 허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일 뿐이지요. 이 말이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라고 금강경에 있는 말입니다. 모양이 있는 모든 것은 고정된 실체가 없는 허망한 허깨비 같은 헛것이니 만약 모양이 모양이 아닌 것인 줄을 올바로 보면 곧장 여래(진실, 실재, 진리, 당처, 눈앞)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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