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륜스님 즉문즉설 -
슬퍼하고 괴로워 하는 마음과 집착심
▒ 질문 : 가까운 사람의 죽음 때문에 슬프고.. 그래서 마음이 괴로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답 : 만약에 손목에 차고 다니던 손목시계를 잃어버리면 어때요? 찾게 되죠? 그런데 하물며 나를
낳아준 부모나,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사람이 죽으면.. 죽는다는 것은 헤어진다는 것인데 섭섭할
수밖에 없어요, 슬플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계를 잃어버렸을 때 괴로워한다고 시계가
저절로 나타납니까, 아니면 시계를 찾아야 합니까? 시계를 미국에 두고 비행기 타고 와 버렸다면
그 시계를 포기해야 하겠죠? 부서져 버렸을 때도 포기할 수밖에 없겠죠? 그런 것처럼, 헤어지는 것은
섭섭하지만 괴로워한다고, 내가 슬퍼한다고 어머니 병이 낫는 것도 아니고,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머리로는 알겠는데 실천이 안 돼요. 막상 상황에 맞닥뜨리면 괴로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
습니다.) 슬픔이 일어날 때 '아, 나에게서 슬픈 마음이 일어나는구나 이렇게 알아차리면 됩니다.
슬퍼하는 마음은 아무 도움이 안 되는데도 집착심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는 겁니다. <헤어진다는 사실>
때문에 슬픈 게 아니라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집착심> 때문에 슬프고 괴로운 겁니다. 죽음하고 슬픔
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미워하던 사람이 죽었을 때 다들 좋아하잖아요. 미운 사람이 죽으면 슬퍼하지 않지요. 헤어지는 것도
미운 사람과 헤어지면 괴롭지 않아요. 즐겁지 ㅎㅎ.. 이와 같이 죽음이나 헤어짐은 괴로움하고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요.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집착심 때문에 괴로운 겁니다.
그런데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안 늙을 수도 없고, 안 아플 수도 없고, 안 죽을 수도 없는데 그러기를
바라는 것은 집착심일 뿐입니다. 이런 사실을 놓치면 슬픔이 일어나고 괴로움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슬픔이나 괴로움이 일어나면 '아, 내가 사실을 놓쳤구나~! 내가 집착하고 있구나~!' 얼른 알아차리고
제 자리로 돌아오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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