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내 인생에 나타난 이유 - - 법상스님
지금 그대 눈 앞에 있는 어떤 사람 한 명이 곧 우주전체를 대표하는 대리인이라면 믿어지십니까?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당신과 인연 맺고있는 바로 그 한 사람이 부처님이며 거룩한 신과
같다면 어떨까요? 그렇습니다. 우주의 모든 존재는 크던 작던, 잘났던 못났던, 부자던 가나하던,
생명이 있던 없던, 영향력이 있던 없던, 하나의 존재 속에 온 우주를 머금고 있는 무한한 존재입니다.
이를 일컬어 화엄경에서는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라고 눈에 보이지 않는 티끌 하나 속에
우주 전체가 담겨있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사실은 세상 모든 것들이 따로 따로 떨어져 분리되어 있는
존재들이 아니라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는 전체로서의 하나인 겁니다. 연결되어있다는 것은 곧 하나임을
뜻하며, 하나로 연결된다는 것은 곧 사랑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누군가와 인연을 맺는다
함은 바로 그 사람과 깊이 연결된다는 것이고, 그를 사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며, 그와의 인연을 통해
이 세상과, 우주 전체와 사랑에 빠졌음을 의미합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사랑의 말 한 마디를 나눌 때
그 말은 온 우주에게 사랑을 전하는 것입니다. 감사의 말 한 마디 칭찬의 말 한 마디를 할 때 온 우주에게
감사해 하고 칭찬을 하는 것입니다.
우주법계, 진리의 세계는 사람들에게 크고 거창한 일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을 사랑하고, 눈 앞에 펼쳐진 현실세상을 온전히 살아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내 앞에 있는
보잘 것 없어 보이는 한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넬 때, 길 위에서 죽어가고 있는 길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건넬 때, 그 같은 행위는 우주 전체를 향해 사랑을 나누는 것입니다. 대단하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막강한 사람이 되어야지만 이 세상을 위해, 우주 전체를 위해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매 순간 만나는 모든 인연에게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
하는지를 통해 우주에 기여하고 있고 우주를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눈 앞에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온 우주가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만나고 있는 이 현실세상이 곧바로 진실이며, 그대로 깨달음
입니다.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생활을 통해 진실을, 진리를, 깨달음을, 부처를, 우주 전체를 만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눈 앞 지금 여기에 있는 모든 존재가 성스럽고 장엄하고 눈부시게 존귀한 존재들입니다.
눈 앞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가 아닌 따로 있는 진리, 깨달음, 부처, 신을 찾지 마십시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말고 그런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진실, 진리, 깨달음, 부처, 신은 영원히 언제나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입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내가 만나는 모든 존재들, 모든 사람들, 인연 맺는
모든 것들이 바로 진실, 진리, 깨달음, 부처, 신입니다. 이것이 바로 매 순간 깨어있어야 하는 이유이고,
매 순간 자비(사랑)을 실천해야 하는 이유이고, 잘나고 못난 차별 없이 모든 존재를 사랑과 배려로 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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