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기 - - 법상스님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자기 식(識)대로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을 해서
보는 것을 중생의 어리석은 마음 이라고 한다. 반면에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를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을 하지 않고 그냥 그저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을 지혜로운 마음이라고 한다.
일상생활 중에서 경험이 일어날 때, 그저 그렇게 일어나는 경험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게 된다면,
바로 그같은 무분별의 경험이 지혜이고, 깨달음이고, 도(道)이고, 본성이고, 본마음(本心)이고, 부처다.
깨달음이란 이처럼 단순하고 깨달음이라는 어떤 실체적인 상태 같은 것이 아니다. 어제 보았던 것과 비교
해서 보지 않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서 본 것에 대해 그저 지금 이 순간으로 생경하게, 분별없이 그저
볼 뿐이다.
한 사람을 볼 때, 어제, 그리고 과거에 만났던 그 사람이라고 여기면서 만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는 지혜가 아니다. 그렇게 보는 것은 그 사람을 실체화시켜서, 그 사람이라는 특정한 존재가
어제부터 지금까지 계속된 실체라고 여기는 생각, 환상일 뿐이다. 그것은 무상이 아니고 무아가 아니다.
그 사람이라는 실체가 외부에 딱 정해져 있어서, 어제부터 오늘까지 변함없이 항상했던 것이 아니다.
내 생각이 그 사람은 변하지 않고 언제나 항상하다고 착각하고, 실체라고 착각했을 뿐이다. 이 상태가
무상과 무아를 모르는 상태다. 무상(無常), 괴로움(苦), 무아(無我), 즉 삼법인(三法印 : 3 가지 진리의
도장)을 모르는 것이다.
지혜는 단순하다. 그저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지혜, 깨달음이다. 어제
보았던 사람이라는 허망한 기억 속의 생각으로 오늘 만나는 이 사람을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을 하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지금 여기 내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만나는 것이 지혜, 깨달음이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곧, 무상을 자각하는 것이다.
항상하는 것이라고 여기면, 어제의 그 사람이 지금의 이 사람으로 항상하는 똑같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아닌가? 과거라는 어제의 기억은 허상, 환상이니 신경쓸 것이 없다. 그저 지금 이 사람을 지금으로써,
무분별로써, 그저 있는 그대로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삼법인의 지혜이며, 있는 그대로 보는 정견이고,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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