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집착도 초월도 잊었다 - - 류시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걸까
마치 사탕 하나에 울음을 그치는 어린아이처럼
눈앞의 것들을 껴안고 나는 살았다
삶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태어나
그 삶이 꿈인 줄 꿈에도 알지 못하고
무모하게 사랑을 하고 또 헤어졌다
그러다가 나는 집을 떠나 방랑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내 앞에선 고개를 돌리고
등 뒤에 서면 다시 한번 쳐다본다
책들은 죽은 것에 불과하고
내가 입은 옷은 색깔도 없는 옷이라서
비를 맞아도 더 이상 물이 빠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걸까
무엇이 참 기쁘고 무엇이 참 슬픈가
나는 짠 맛을 잃은 바닷물처럼
생의 집착도 초월도 잊었다.
-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中에서 (푸른숲, 19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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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시화 (시인, 번역가) *
본명은 '안재찬'. 독자들에게는 뜨거운 사랑을 받지만 문단과 언론에서는 인정받지 못한 시인
1958년 충청북도 옥천에서 출생
대광고등학교,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아침'으로 등단
1980년~1982년《시운동》동인으로 활동
1983년 이후 활동을 중단하고 명상서적 번역 작업을 시작
1988년부터 미국, 인도에서의 명상센터 생활과 인도여행을 통해 명상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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